농협중앙회장 선출제 변경 방안의 ‘용어’상 문제

기호일보 2026. 6. 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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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법학박사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필자는 지난 4월 1일 당정협의회에서 합의된 농협개혁방안의 핵심내용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언론 기고를 통해 피력했다. 지난 5월 8일에는 한국농업방송(NBS)이 주관한 '100분 토론(농협개혁의 쟁점과 방향)'에 참석, 의견을 진술했고 12일에는 국회가 주관한 '농협법 입법공청회'에 참석, 의견을 표명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유튜브에서 '농협법'을 검색, 진행내용을 시청할 수 있다.

그런데 5월 21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중앙회장 조합원 선출제'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불합리한 점들을 줄곧 지적해 온 필자로서는 매우 당혹스럽다. 여기에서는 당정이 농협중앙회장 선출제 변경을 추진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의 부적절한 측면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향후 도입하려고 하는 '전체 조합원들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조합원 직선제'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직선제란 '어떤 단체의 구성원(선거권자) 전체가 직접 투표권을 행사, 특정 직위를 맡을 자를 선출하는 제도'를 말하며 간선제란 '어떤 단체의 구성원(선거권자)들이 중간 선거인을 뽑아 그들로 하여금 투표권을 행사해 특정 직위를 맡을 자를 선출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농협법상 중앙회장 선출권한은 농협중앙회의 구성원인 '회원(조합)'에게 있고 그 권한은 조합의 대표인 '조합장'이 행사한다. 따라서 중앙회장을 중앙회의 구성원인 전체 회원조합의 대표들이 선출하는 현행방식이 바로 '직선제'이다. 농협중앙회의 구성원은 회원조합이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 농협법 개정 시 도입한 '전체 조합원들이 직접 조합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조합장 직선제'라 부르고 '전체 조합장들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중앙회장 직선제'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 '전체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현행방식'을 '간선제'라 부르면서 향후 도입하려고 하는 '전체 조합원들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직선제'라 부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대의원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이 '간선제'이다). 조합장들이 중앙회장을 대의원회에서 선출하지 않고 직접 선출하는 방식을 어떻게 '간선제'라 부를 수 있으며 중앙회의 구성원이 아닌 조합원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어떻게 '직선제'라 부를 수 있는가(조합원은 '조합의 구성원'이지 중앙회의 구성원이 아니다).

둘째, '조합원의 주권을 되돌려 주기 위해 중앙회장을 조합원이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용어상의 불합리가 있다. '주권(主權)'이란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을 의미하며 영어로는 sovereignty라 부른다. 주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에 대한 이론으로 군주주권설, 국민주권설 등의 학설이 있다. 이처럼 '주권'이란 개념은 '국가'를 상정한 개념이다.

그런데 국가가 아니고 경제단체인 협동조합의 개혁을 논의하면서 '주권'을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설령 '주권'의 의미를 '주인의 권리'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현행 농협법상 어떤 규정이 조합원의 주권을 '박탈'하고 있는가? 없다. 따라서 '주권을 되돌려준다'는 표현도 적절치 않다. 민주당과 농식품부는 농협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용어 사용과 표현의 정합성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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