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은 총재 "통화정책 조정 장애물 적다"…금리 인상 신호 재확인

유진아 2026. 6. 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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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조에 성장 부담 낮아져
물가·금융안정 대응 운신 폭 확대
대담 나누는 신현송(왼쪽) 한은 총재와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 [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한 국내 경기 개선세를 강조하며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다시 시사했다. 성장 둔화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은 만큼 물가와 금융안정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 운용 여지가 넓어졌다는 판단이다.

신 총재는 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2026 BOK 국제콘퍼런스' 정책 대담에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적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 경제는 강하고, 산출 갭이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나흘 만에 긴축 가능성을 재차 내비친 발언이다.

이날 대담은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와 함께 진행됐다. 신 총재는 한국 경제가 에너지 가격 충격에는 취약하지만 유럽과는 다른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도 유로 지역과 유사하게 에너지 가격 충격에 민감하다"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담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고 봤다. 신 총재는 "한국의 성장은 굉장히 강력하다"며 "성장과 관련한 그림에서 한국과 유럽이 상당히 다르다"고 했다. 한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2.3% 늘었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GDI 증가세가 GDP보다 둔화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도체 수출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을 상쇄했다는 게 신 총재의 판단이다. 그는 "보통 유가가 상승하면 교역 조건이 불리해져 GDI 성장세가 GDP보다 둔화하는데, 이번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반도체 수출이 상쇄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은 향후 명목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신 총재는 "아주 강력한 반도체 수치가 나올 것"이라며 "이는 명목 GDP 수치로 나타날 것이다. 명목 GDP 성장률이 아주 높을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나 공공부채 비율에도 상당히 유익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한은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내놓은 금리 인상 신호와 맞물린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신 총재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있고 성장세도 예상보다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슈나벨 이사는 국가별 경기 여건에 따라 물가 충격의 파급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022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국가마다 영향이 다르다"며 "인공지능(AI) 붐이 세계적으로 수요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세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2022년만큼 드라마틱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슈나벨 이사는 "저희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회의 때마다 들어오는 데이터를 토대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 총재 역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는 앞으로 들어오는 지표를 바탕으로 물가 압력과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며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당분간 지표를 확인하면서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 둔화 우려가 크지 않은 가운데 물가와 환율, 부동산, 가계부채가 모두 통화 긴축 필요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 총재는 "주택 가격, 가계부채, 환율 등 모든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따라서 저희는 훨씬 많은 운신의 폭을 갖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 효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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