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독주에 밀린 은행株… 이제 PBR 대신 주주환원율 본다
배당·자사주 소각 확대에 TSR 중요성 부각
국내 증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코스피 랠리에도 은행주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를 들어 은행주의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고 평가한다. 특히 최근 은행주 투자 기준이 기존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아우르는 총주주환원율(TSR)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은행주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5월 한 달(4~29일) 동안 8.5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8.45%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은행주의 상대적 소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KRX 은행이 14.46% 오를 동안 KRX 정보기술은 205.83%, KRX 반도체는 163.34% 급등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내 쏠림 현상이 장기화되자 수익률 제고를 위해 보험사·자산운용 등 국내 기관마저 은행주 순매도에 가담하면서 초과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며 “2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는 PBR이 수익성 대비 저평가되어 있다는 가격 요인 외에는 이렇다 할 뚜렷한 모멘텀(상승 동력) 요인도 부재하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은행주를 둘러싼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은행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8일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2.50%로 동결했지만, 신현송 한은 총재는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 긴축 기조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증권가에서는 은행주가 금리 인상 기대에도 힘을 받지 못하는 배경으로 외국인 수급 부진을 꼽는다. 환율 변동성이 여전히 크고 건전성 우려도 남아 있어 외국인 매수세가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방선거 이후 정책 이슈가 다시 부각되고 미국·이란 협상 결과 등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은행주로 수급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주주환원 규모가 은행주 평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밸류업 정책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가 자본준비금 감액과 이익잉여금 전입 등을 통해 확보한 배당가능 재원은 총 31조원을 넘어섰다. 향후 3~5년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된 셈이다. 금리 상승으로 이익이 늘어날 경우 주주환원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은행 업종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와 비은행 부문 실적 개선으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자본 규제 완화와 향후 원·달러 환율 안정에 따른 자본비율 개선까지 더해질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은행주 투자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은행주는 자본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업종 특성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대표적인 가치평가 지표로 활용됐다. 하지만 금융지주들이 본격적인 주주환원 경쟁에 나서면서 최근에는 총주주환원율이 더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는 추세다. 총주주환원율은 배당액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표면 실적 자체보다는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에 쏠리고 있다”며 “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보다 총주주환원율이 핵심 투자 지표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은 연구원은 “향후 밸류업 정책의 핵심은 단순 환원 확대가 아닌 효율적 자원 배분 방안, 비즈니스 경쟁력 확보 등 성장 스토리 포함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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