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관측 390건 누적… 2세대 블랙홀 발견 단서도 포착
발생 위치 정밀 파악, 2세대 확인 가능성
"일반상대성이론 한계 검증 가능" 기대

천체가 갑자기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중력파의 관측 누적 건수가 390건에 도달했다. 블랙홀 충돌 같은 사건을 더 자주,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중력파협력단(LKV)이 2024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총 161건의 중력파를 새로 포착했다고 1일 밝혔다. 이 내용을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투고됐다.
중력파는 2015년 처음 탐지됐는데, 관측 주기가 거듭될수록 탐지 건수가 늘고 정밀도가 향상되고 있다. 에드 포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천체입자및우주론연구소 연구원은 "검출기 성능 향상으로 매주 3, 4건의 중력파 신호를 탐지할 수 있게 됐다"면서 "블랙홀 집단 구성 분석과 극한 물리 조건에서의 일반상대성이론 정밀 검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선 2024년 6월 15일 확인된 신호가 특히 주목 받았다. 각각 미국과 유럽이 보유한 대규모 설비 '라이고(LIGO)'와 '비르고(Virgo)'가 3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블랙홀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중력파 신호를 포착한 것이다. 발생 지점을 크게 좁힌 기록이라 중력파 관측 정밀도가 한 단계 도약했음을 보여줬다.
'2세대 블랙홀' 단서도 눈에 띄었다. 블랙홀끼리 한 번 충돌해 합쳐진 뒤 다시 다른 블랙홀과 부딪히면 2세대 블랙홀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24년 10월과 11월 관측된 신호에서 그 가능성이 발견됐다. 블랙홀 회전 방향과 속도가 예측과는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블랙홀이 천체 간 충돌 가능성이 높은 성단 같은 밀집 환경에서 형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은 "검출기 감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며 중력파 상시 관측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우주에 대한 새로운 물리적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성호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10년 후엔 매일 수백 건의 중력파를 관측해 일반상대성이론 한계를 검증하고 우주론 난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충돌하거나 합쳐져 속도가 달라지는 운동을 할 때 시공간에 생기는 파동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존재를 예측한 지 한 세기가 지난 뒤에야 라이고에서 검출됐다. 중력파 검출에 기여한 과학자들은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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