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르헨 밀레이 정부 규탄하며 8일 단식 나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아르헨티나의 원로 인권운동가인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94)이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8일간의 단식투쟁에 나선다.
에스키벨은 기독교 단체 ‘민주주의·생명·공동선을 위한 연합’과 함께 오는 2~9일 8일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 광장’에서 전국 단식 및 기도 운동을 진행한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행사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포함해 전국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며, 아르헨티나의 양대 노동단체인 CTA를 비롯해 사회단체·인권 단체·종교 공동체 등이 동참한다.
주최 측은 성명에서 이번 행사가 기아와 사회적 배제, 폭력, 분열 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회 정의와 환경 정의를 바탕으로 평화를 건설해야 한다”며 “단식은 사회 위기의 결과를 겪고 있는 이들과의 연대이자 현실을 고발하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1931년생인 에스키벨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의 인권 탄압에 맞선 인물이다. 대학교수직을 내려놓고 ‘평화와 정의 재단(SERPAJ)’을 이끌며 정치적 탄압과 실종자 문제, 인권 침해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에스키벨을 눈엣가시로 여겼던 독재정권은 그를 체포·구금하고 고문했지만, 앰네스티 등 국내외 인권단체의 거센 항의로 14개월 만에 석방했다. 1980년 노벨위원회는 “에스키벨의 용감한 비폭력 투쟁은 아르헨티나 폭력의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을 비췄다”며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에스키벨은 2000년 방한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했으며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에스키벨은 최근까지도 밀레이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밀레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지출·연금 삭감, 국유기업 민영화, 대학 예산 축소 등이 빈곤을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약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군사 쿠데타 50주년을 앞두고 “이 정부가 파괴하고 있는 모든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밀레이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두고는 “북미 제국의 하인”이라고 비판했다.
집권 2년 반 동안 고강도의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화 정책을 펼쳐온 밀레이 정부는 최근 지지율 하락에 고전 중이다. 아틀라스인텔 등 일부 여론조사에서 밀레이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30%대 중반, 부정 평가는 6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더해 경제 지표 악화,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부패 의혹 등 연이은 악재로 2027년 대선에서 밀레이 대통령의 재선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도 현지 언론에서 제기된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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