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호 “AI 쓰나미 온다…청년 실업, 부동산보다 더 큰 문제 될 것” [요즘여의섬]

이미연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enero20@mk.co.kr), 한수진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han.sujin@mk.co.kr) 2026. 6. 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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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블랙록·UN 산하기관들, 한국 유치
“15년내 노동 붕괴…판 바꿔야 산다”
“‘AI 기본사회’ 공약부터 ‘글로벌 AI 허브’ 전략까지 바로 이 (의원실) 테이블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비상계엄 당시 낮에는 집회에 참석하고, 밤에는 여기에 모여 구상했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먼저 AI 전략들에 대한 숙제를 내줬고, 숙제니까 당연히 열심히 했습니다.(웃음) 다만 지금 형태로는 한국 AI 전망은 굉장히 어둡다고 봅니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수진 기자]
지난해 유엔총회 기간 미국 뉴욕에서 체결된 한국 정부와 블랙록의 AI(인공지능)·에너지 인프라 협력은 다소 뜬금없으면서도 너무 거대한 소식이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왜 한국의 AI 전략에 관심을 보이는지, 또 한국은 그 시점에 왜 수십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를 이야기하는지 의아해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이후 흐름은 예상을 좀 더 벗어났다. 최근 한국을 거점으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유엔 산하 기구와 다자개발은행(MDB)이 참여하는 ‘글로벌 AI 허브’ 구상이 발표된 것도 그 묵직한 움직임 중 하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린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민주당 차지호 의원을 꼽는다.

의사 출신이자 카이스트 교수를 역임한 차 의원은 민주당 미래전략 사무부총장과 AI강국위원회 간사를 맡고있다. 최근에는 22개의 국제 기구가 자리한 스위스 제네바를 오가며 글로벌 AI 허브 후속 협의를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차 의원의 활동을 치하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차 의원은 인터뷰 내내 AI를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AI 경쟁에서 이기느냐’보다 ‘AI가 만들어낼 충격 속에서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다음은 여의도에서 AI를 가장 길고 집요하게 이야기할 정치인일 될 가능성이 높은 차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차 의원 [차지호 의원실]
Q. ‘글로벌 AI 허브’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는가.

A. 이미 ILO·UNICEF·ITU·국제보건기구(WHO) 등 9개 국제연합(UN) 산하 기구가 참여하기로 했고, 현재 두 군데 더 추가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실제 차 의원과의 인터뷰 직후에도 관련 미팅이 빼곡하게 잡혀있었다.)

사실 유엔 체계에서는 기관 간 공동 프로젝트 하나를 만드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기관이 동시에 움직였다. 이는 단순한 국제기구 유치가 아니다. AI가 국제질서를 바꾸게 될 것인데, 앞으로 ‘AI를 공공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설계할지’를 논의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Q. 국제기구들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한국은 다른 나라를 지배했던 역사도 없고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의료·교육·금융 같은 사회 시스템을 특정 패권국가나 빅테크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

한국이 저출생, 고령화, 디지털 전환, AI 활용 등 미래 사회의 문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있어 미래가 가장 먼저 오는 나라라는 부분도 한몫했다. 국제사회도 그런 점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다만 AI 산업의 기본은 ‘자본, 데이터, 기술’인데 한국은 다 부족하다. 미국·중국과는 수십 배 격차가 난다. 디지털산업에서 격차가 큰 3위 그룹은 의미가 없다.

Q. AI를 ‘산업혁명 이상의 변화’라고 평가했던데.

A. 산업혁명은 수십 년, 길게는 100년 이상에 걸쳐 진행됐다. 사회가 적응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저는 앞으로 10~15년 안에 노동·생산·사회 시스템 상당 부분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 ‘쓰나미가 오기 직전 바닷물이 빠지는 상황’과 비슷하다. 아직은 체감이 안 되지만 거대한 변화가 오고 있다.

Q. 그 변화 중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A. 노동 문제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육체노동 생산성을 높였지만 AI는 인간의 지적노동 자체를 대체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간보다 비용이 낮고 비슷한 수준의 생산성을 낼 수 있다면 AI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저는 청년층 고용 문제가 앞으로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문제가 정치적 변수였다면, 앞으로는 청년 실업 문제가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AI 기본사회는 복지가 아니라 생존 전략”
Q. ‘AI 기본사회’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하다.

A. 많은 분들이 ‘AI 기본사회’를 기본소득이나 복지 확대 정책 정도로 이해하지만, 전혀 다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사회는 인간의 노동을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다. 사람이 일하고 기업이 임금을 지급하고 소비가 이뤄지는 구조다.

그런데 AI는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이다. 산업혁명이 육체노동의 생산성을 바꿨다면 AI는 인간의 두뇌가 하는 생산을 바꾸게 된다. ‘AI 기본사회’는 복지정책이 아닌 AI 시대에 새로운 사회계약을 만드는 작업이다.

‘글로벌 AI 허브’ 비전 선포식 [차지호 의원실]
Q.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A. 대표적인 게 의료다. 지금 지방 의료 문제는 의사가 전혀 없는 게 아니라 전문의가 부족한 거다. 그런데 AI와 1차 의료진이 협업하면 상당수 진단과 처방이 가능해진다. 저는 이를 ‘1.5차 의료체계’라고 부른다. 지역 병원의 일반의가 AI를 활용해 전문의 수준에 가까운 진단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지역 의료 격차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AI 기본의료는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개념이다.

Q. 복지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건가.

A. 오히려 복지 분야가 더 빠를 수도 있다. 지금은 위기가 발생한 뒤에 개입하지만, AI는 위기 징후를 먼저 발견할 수 있다. (실제) 관리비 체납, 건강 악화, 소득 감소 같은 데이터를 종합하면 특정 가구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위기가 발생한 뒤 개입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AI는 600개가 넘는 복지제도를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Q. 장애인 정책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는데.

A. AI 스마트 글래스가 발전하면 청각장애인은 상대방의 말을 실시간 자막으로 볼 수 있고 시각장애인은 AI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생산성 격차가 줄어들게 된다. AI가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기술이 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Q. 너무 장밋빛 같다. AI 기본사회의 핵심은 무엇인가.

A. ‘변화를 막는 것’이 아닌 ‘변화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10~15년 동안 사회는 크게 흔들릴 거다. 실업도 늘어나고 산업 구조도 바뀔 수 있다. (그런 미래에) ‘AI 기본사회’는 AI가 만든 생산성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그 누구도 전환 과정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만드는 안전망이다.

“AI 사회의 원형은 향후 5년 안에 결정된다”
Q. 작년 말 갑작스런 블랙록과의 협력이 크게 화제가 됐다.

A. 한국 AI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자본이다. AI는 결국 자본과 데이터의 경쟁이다.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규모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국내 시장만 보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을 아시아 AI 허브로 만들고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블랙록이 관심을 가진 것도 그런 비전 때문이다.

[한수진 기자]
Q. 차 의원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도 결국 AI 때문이라고 봐도 되는지.

A. 어느 정도는 그렇다. 원래는 의사로서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일했다. 난민촌과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면서 사람들이 아픈 이유가 단순히 의료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면 사람들이 아프다. 그래서 점점 더 정책과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됐다.

AI는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기술이었다. 결국 AI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정치가 결정해야 한다. 기업이나 소수 엘리트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Q. 가장 대비가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지.

A. AI 사회의 원형은 앞으로 5년 안에 결정될 것이다. 15년 뒤 어떤 사회에서 살 것인지는 지금 결정된다. 저는 AI를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 정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극도로 위기가 오고 큰 전환이 왔을 때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바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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