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치 원유 쿼터제 협상… ‘가공유 비중 확대’ 놓고 낙농가-유업계 갈등
소비 시장은 ‘흰 우유’ 줄고 치즈·디저트 등 ‘가공유’3년간 17.5% 폭증
현행 쿼터제 가공유 의무 매입 5% 불과… 실제 소비와 12.5%P 괴리
[대한경제=정대연 기자]6월 낙농가와 유(乳)업계 간의 원유 쿼터제 협상을 앞두고 ‘가공유 매입 비중’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유 쿼터제는 유가공업체가 낙농가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한 제도다. 그러나 낙농가 보호를 위해 설계된 현행 매입 비중이 급격하게 변화한 우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해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업계는 실제 소비 흐름에 맞게 가공유 매입 비중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낙농업계는 소득 감소를 우려해 방어막을 치고 있어 격돌이 예상된다.
◇‘흰 우유’ 줄어드는데…소비 못 따라가는 쿼터제
현행 원유 쿼터제 구조를 보면 유업체가 매입하는 원유는 용도에 따라 가격이 극명하게 갈린다. 마시는 흰 우유로 쓰이는 ‘음용유’는 리터(ℓ)당 1084원인 반면, 치즈나 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유’는 882원으로 책정돼 있다. 문제는 용도별 의무 매입 비중이다. 현재 기준 음용유 매입 비중은 88.5%에 달하는 반면, 가공유 비중은 5%에 묶여 있다. 만약 유업체가 유제품 제조를 위해 농가로부터 5%를 초과해 가공유를 매입하려 하면, 그 초과분은 훨씬 비싼 음용유 가격(1084원)을 내고 사 와야 한다.
이 같은 규제는 유업계에 큰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유 소비 시장의 무게추가 이미 가공유로 급격히 기울었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25년 가공용 원유 소비량은 34만3305톤으로, 전체 우유 소비량(195만983톤)의 17.5%를 차지한다. 가공유 소비 비중은 2023년 12.4%(24만264톤)에서 지난 3년간 5.1%포인트나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 시장 소비 비중(17.5%)과 제도적 매입 기준(5%) 사이에 무려 12.5%포인트라는 거대한 괴리가 발생한 셈이다.
이처럼 가공유 비중이 급증한 원인은 인구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25년 기준 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 소비층인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2022년 172만 톤이던 음용유 소비량은 2025년 160만 톤으로 주저앉았다. 반면 디저트 문화의 발달로 치즈, 분유, 아이스크림, 가공유(딸기·초코우유), 파우더 등의 수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마시는 우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존을 위해 발효유나 카페 가공 믹스 등 B2B 채널로 사업을 전방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가공유 비중 현실화하면…매일 134억·남양 50억 절감
유업계가 이번 6월 협상에서 가공유 비중을 시장 수준으로 높여달라고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직관적인 비용 절감 효과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2025년 원유 매입액은 약 2631억원이며 ㎏당 원유 매입 단가는 1212원이다. 이를 기반으로 추산하면 남양유업은 연간 약 2억1714만 톤의 원유를 낙농가로부터 매입하고 있다.
여기서 다른 제반 비용을 고정하고, 이번 협상을 통해 원유 쿼터제 내 가공유 비중을 실제 소비 수준인 17%로 상향 조정한다고 가정하면 남양유업은 한 해에만 원유 매입 비용을 약 50억원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매입 규모가 더 큰 매일유업의 데이터에 대입해 추산하면, 매일유업은 연간 약 134억원에 달하는 매입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쿼터제 비중 조정이 곧바로 유업계의 수익성 개선과 직결되는 이유다.
본래 원유 쿼터제는 낙농가의 안정적인 생업 여건과 원유 수급을 위해 도입됐다. 젖소는 특성상 매일 일정량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므로, 공장 제품처럼 시장 수요에 맞춰 즉각 생산량을 줄이거나 늘리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02년에는 수요 예측 실패로 약 50만톤의 잉여 원유가 쏟아져 나와 낙농업계 전체가 도산 위기에 처하는 큰 손해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 일정량을 고가에 의무 매입해 주는 구조가 장기간 고착화되면서 한국 낙농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갈라파고스화’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수입산 멸균우유의 국내 통관 단가는 ℓ당 1100원 수준까지 떨어진 반면, 국내 원유 생산 단가는 ℓ당 1014원에 달해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제도적 보호 장막 안에서 생산 효율성 혁신이 지체됐다는 지적이다.
오는 6월 개최될 원유 쿼터제 협상은 오는 2027년부터 2028년까지 향후 2년간 적용될 음용유와 가공유의 법적 매입 비중을 최종 결정한다. 지난해 원유 생산비가 전년 대비 0.4% 감소하면서 원유 가격은 동결됐다.
정대연 기자 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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