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주FC의 성공 방정식, 수원삼성에서는 왜 작동하지 않는가


【발리볼코리아닷컴=김정훈 스포츠평론가】수원 삼성의 최근 경기력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충남아산과의 경기에서 1-2로 패한 직후 경기장을 가득 메운 서포터들은 "정신 차려 수원"을 외치며 답답함을 쏟아냈다. 단순히 한 경기 패배 때문만은 아니다.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드는 시점까지도 수원이 보여주는 경기 내용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광주FC를 K리그 최고의 돌풍 팀으로 만든 이정효 감독이 부임했고, K리그2 최고 수준의 선수단과 재정을 갖춘 수원 삼성이 그의 손에 맡겨졌다. 일각에서는 수원이 리그를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정효 감독의 전술이 실패했다기보다, 광주 시절 성공을 이끌었던 환경과 K리그2의 현실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 있다.

광주 시절 이정효 감독의 축구는 상대를 끌어낸 뒤 공간을 활용하는 데 강점이 있었다. 후방에서 차분하게 볼을 소유하며 상대 압박을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공간을 정교하게 공략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K리그1 강팀들은 광주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맞붙었고, 자연스럽게 공간이 발생했다.
그러나 K리그2에서 수원을 상대하는 팀들의 접근법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팀은 수원을 상대로 라인을 내리고 수비 블록을 유지하는 선택을 한다. 수원이 볼을 소유하도록 내버려 두고 역습 기회를 노린다. 이정효 감독이 의도하는 '유인 축구'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최근 수원의 경기에서 반복되는 이른바 'U자 빌드업' 현상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타난다. 후방과 측면에서 점유율은 높지만 정작 상대 수비 조직 내부를 흔드는 전진 패스는 부족하다. 상대를 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공은 좌우로만 이동하고, 공격은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멈춘다.
실제 수원은 리그 최고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공격 효율성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점유율과 슈팅 숫자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것은 현재의 볼 소유가 실질적인 위협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격진의 움직임 부족 역시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밀집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을 잘 다루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비 뒷공간을 향한 침투, 수비 라인을 흔드는 오프더볼 움직임, 그리고 공간을 활용하는 2차 침투가 끊임없이 반복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수원의 공격 전개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미드필더들은 전방으로 패스를 넣을 선택지를 찾지 못하고 다시 후방으로 공을 돌리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선수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지도자의 역할은 상대가 준비한 해법을 다시 무력화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 상대 팀들이 이미 수원의 빌드업 패턴과 공간 창출 방식을 철저히 연구하고 대응하고 있다면, 그에 맞는 변화를 보여주는 것 역시 감독의 몫이다.

광주 시절 이정효 감독은 유연한 지도자였다. 짧은 패스와 점유율만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롱패스와 세컨드볼 경쟁, 직선적인 공격도 적극 활용했다. 현재 수원에도 그러한 유연성이 필요해 보인다. 점유율 유지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상대 밀집 수비를 흔들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수단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충남아산전 패배는 단순한 승점 3점의 손실이 아니다. K리그2 팀들이 수원을 어떻게 상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수원이 어떤 한계에 직면해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경기였다.
이정효 감독의 지도력이 의심받을 단계는 아직 아니다. 광주에서 보여준 성과는 우연이 아니었으며 그의 전술적 역량 역시 충분히 검증됐다. 다만 지금 필요한 것은 광주 시절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K리그2라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수원의 승격 여부는 결국 여기에 달려 있다. 상대가 더 이상 끌려 나오지 않는다면, 이제는 수원이 먼저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K리그2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수원 삼성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 칼럼은 스포츠평론가 김정훈이 기고 한 글 입니다. 외부 칼럼의 경우 본지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도 있는 점을 밝힙니다.
●Copyright ⓒ Volleyballkorea.com. 무단복재 및 전재-DB-재배포-AI학습 이용금지.
◆보도자료 및 취재요청 문의 : volleyballkorea@hanmail.net
◆사진콘텐츠 제휴문의: welcomephoto@hanmail.net
Copyright © 발리볼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