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보고, 글러브 보고...' 18년 차 베테랑이 고척돔 외야에서 보여준 '낯선 간절함' [유진형의 현장 1mm]

유진형 기자 2026. 6. 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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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첫 외야수 선발 출전... 고척돔 천장과 익숙지 않은 글러브에 긴장감 역력
키움 서건창이 좌익수로 첫 선발 출전해 고척돔 천장 구조물을 확인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천장 보고 글러브 확인하고, 잠시 후 또다시 천장 보고 글러브 보고.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18년 차, 37세의 베테랑 야수가 1회초 수비를 시작하기 전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평소답지 않게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키움 히어로즈의 서건창 이야기다.

지난달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키움 서건창이 1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KBO 리그 역사상 최초의 단일 시즌 200안타 주인공이자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던 '국가대표 2루수' 서건창이 프로 커리어 최초로 외야수로 선발 출전한 것이다. 18년의 긴 프로 생활 동안 서건창이 좌익수 자리에 섰던 건 지난 2025년 3월 26일 KIA 타이거즈 시절 단 1이닝을 소화했던 게 전부였다. 사실상 외야수 선발은 처음이기에 아무리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척스카이돔 천장 구조물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키움 서건창이 좌익수로 첫 선발 출전해 플라이볼 포구 연습을 하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특히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은 국내 유일의 실내 야구장으로, 야수들에게 수비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다. 높이 떠오른 타구가 하얀 천장 구조물과 겹쳐 야수의 시야를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소 손에 익었던 작고 얕은 내야수 글러브 대신, 넓은 범위의 플라이볼을 잡기 위해 크고 깊은 포켓을 가진 외야수 글러브를 낀 서건창의 손끝은 어색하기만 했다. 익숙하지 않은 글러브를 착용한 서건창은 연신 고척돔의 천장을 올려다보며 신경 쓰이는 구조물을 확인했고, 끊임없이 플라이볼 포구 연습을 이어갔다.

그런데 마치 신의 장난처럼, 1회초부터 그에게 타구가 날아왔다. 그것도 2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KT 한승택의 타구가 중견수와 좌익수 사이 애매한 공간으로 날아왔지만, 서건창은 빠르게 이동해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냈다. 첫 수비를 무사히 마친 서건창이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후배들의 격려와 코치의 축하가 이어졌다.

키움 서건창이 좌익수로 첫 선발 출전해 타구를 잡고 있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낯선 외야 수비를 안정적으로 마치자, 타격도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이날 서건창은 5타수 1안타 2득점 1볼넷으로 분전하며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이러한 베테랑의 투혼에도 불구하고 팀은 KT에 5-8로 패하며 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고, 서건창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팀 사정상 낯선 외야 글러브를 끼고 묵묵히 천장을 바라보며 준비하던 서건창의 모습은 베테랑의 품격과 간절함을 보여준 의미 있는 모습이었다.

[데뷔 첫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키움 서간창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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