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할머니들이 손으로 빚은 ‘구황작물빵’...“엄마 이름 걸었으니 포기는 없죠” [K-스윗페스타]

박연수 2026. 6. 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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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연 정남미명과 대표 인터뷰
방앗간 DNA 담고, 직접 농사도 지어
일매출 8만원서 3000만원으로 성장
K-디저트로 해외진출도…7월 일본 출점
김보연 정남미명과 대표가 지난달 2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아빠가 돌아가시자 35년 된 방앗간도 같이 문을 닫았어요. 그게 너무 속상했어요. 그때부터 없어지지 않을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1986년부터 강원도 강릉에서 운영되던 ‘동남방앗간’. 35년 이어진 역사는 아버지의 부재로 한순간에 멈췄다. 하지만 딸과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명맥을 잇기 위해 디저트를 구웠다. 구황작물빵 브랜드 ‘정남미명과’의 탄생이다. 현재 엄마 정남미 씨는 제빵사로, 딸 김보연 씨는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정남미명과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보연 대표는 브랜드 탄생 비화에 대해 “사람 한 명이 없어진다고 35년 브랜드가 사라지는 게 너무 허무했다”며 “그때 단순한 장사가 아니라 오래 남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이름에도 각오를 담았다. 브랜드 이름에 담긴 ‘정남미’는 어머니 이름이다. 이름을 걸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과거 부모가 운영하던 ‘동남방앗간’도 아버지 이름 ‘동’과 어머니 이름 ‘남’을 따 만든 이름이었다.

제품에는 방앗간의 정체성을 녹였다. 정남미명과의 빵은 감자·고구마·옥수수 등 작물 모양을 그대로 구현했다. 단순히 모양만 비슷한 게 아니다. 감자빵 안에는 찐 감자가, 옥수수빵 안에는 옥수수가 들어간다. 겉 반죽은 직접 간 쌀가루를 사용한다. 떡처럼 찌고 빵처럼 굽는 독특한 방식이다.

빵에 들어가는 재료도 특별하다. 강릉 지역에서 나는 작물을 직거래하고 있다. 감자와 고구마는 한 달에 두 번가량 1톤 트럭으로 실어오고, 대파와 고추는 직접 농사를 짓는다. 그는 “효율적으로 하려면 다른 방법도 많겠지만 우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제조 공정 역시 강릉의 온기를 담았다. 주문진의 작은 공장에서 지역 할머니들이 직접 빵 모양을 만든다. 김 대표는 “청년이 없는 지역이라 자연스럽게 어르신들과 함께 일하게 됐다”며 “2020년 시작할 때 함께했던 분들이 아직도 그대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남미제과에 빵이 진열돼 있다. [정남미명과 인스타그램 갈무리]

정남미명과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2020년 온라인 판매로 출발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2023년에야 처음 생겼다. 매장의 하루 매출은 8만원 수준이었다. 지금은 하루 최대 3000만원까지 커졌다. 하루 생산량은 6000개, 많을 때는 1만개 이상 팔린다. 엄마와 딸 둘이서 시작했던 작은 빵집은 현재 직원 수만 30여명에 이르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연 매출 목표는 10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직접 농사를 짓고 농가와 직거래하는 방식을 두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럼에도 재료에 대한 원칙을 지키며 버텨왔고, 그 진정성을 고객들이 인정해 준 것이 지금의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해외 시장 반응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시작한 일본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도쿄와 오사카 지역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수입사와 300만달러(약 40억원) 규모 계약도 체결했다. 오는 7월에는 일본에 정규 매장도 연다.

그는 “일본 고객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후기와 사진들을 모아 직접 일본 백화점에 메일을 보냈다”며 “일본 백화점에서 5분 만에 답장이 와 첫 팝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빵을 구매했던 일본인들이 첫 팝업 때 오픈런을 하면서 현지 반응이 빠르게 퍼졌다”고 설명했다.

정남미명과의 목표도 분명하다. 서구화된 디저트 시장에서 가장 한국적인 디저트를 소개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 방앗간에서 시작한 빵을 통해 한국 디저트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며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디저트가 아니라 오래 기억에 남는 한국적인 맛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남미제과에 빵이 진열돼 있다. [정남미명과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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