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캐패시터 수요 본격화···韓 부품·파운드리, 북미 빅테크 밸류체인 진입

고명훈 기자 2026. 6. 1. 11:2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넘어 AI 서버로 실리콘 캐패시터 수요 확대
삼성전기, 1.5兆 대형 수주 확보···美 AI 서버 공략
DB하이텍, 국내 생태계 힘입어 3Q 본격 양산 시동
실리콘 캐패시터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모바일 칩을 넘어, 미국 빅테크향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패키지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 사진=챗GPT 이미지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실리콘 캐패시터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모바일 칩을 넘어, 미국 빅테크향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패키지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연산 성능뿐 아니라 전력 안정화 기술로 확산되면서, 기존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외에도 낮은 저항과 고집적화가 강점인 실리콘 캐패시터 채택이 늘고 있단 관측이다.

1일 부품업계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향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리콘 캐패시터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이를 신사업으로 키우는 삼성전기, DB하이텍 등 국내 부품·파운드리 업체의 대규모 공급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AI 서버용 실리콘 캐패시터 첫 대규모 수주를 확보했으,며, DB하이텍 또한 엘스페스·대덕전자와 국내 생태계를 구축하고 올 3분기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다.

◇모바일 AP·AI 데이터센터에서 실리콘 캐패시터 수요 확대

실리콘 캐패시터는 기존 세라믹 기반의 MLCC와 달리,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반도체 공정 기술을 적용해 제작된 차세대 수동소자다. 반도체 칩 가까이에 배치돼 전력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의 전원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MLCC는 유전체와 전극을 교대로 쌓는 적층 구조인 반면, 실리콘 캐패시터는 단층 구조여서 보다 얇고 작게 만들 수 있단 장점을 지닌다.

기존엔 전력공급을 제어하는 수동 소자로 MLCC가 광범위하게 쓰였다면, 최근 AI 반도체 성능 고도화에 따라 패키징의 전력공급 안정화를 위해 실리콘 캐패시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 규모는 2025년 20억 6000만달러(약 3조 1200억원)에서 연평균 6.4% 성장해 2030년 28억 2000만달러(약 4조 2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AP에서도 애플을 시작해 퀄컴, 삼성전자 등 실리콘 캐패시터 채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보드 위에 수백개 흩어져 붙는 MLCC와 달리, 패키지 내부 또는 칩 바로 근처에 고집적으로 배치되는 구조다. 애플의 경우 현재 모바일 AP에 채용 중인 실리콘 캐패시터 어레이가 10개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퀄컴도 앞서 1~2년 전부터 자사의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시리즈에 실리콘 캐패시터 어레이를 한두개씩 채용하기 시작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엑시노스 시리즈 등에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실리콘 캐패시터 / 사진=삼성전기

부품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AP를 설계할 때 실리콘 캐패시터를 넣으면 패키지 비용이 높아지는데, 이에 대한 결정은 결국 세트업체가 하는 것"이라며, "애플은 자체 설계한 칩을 직접 스마트폰에 활용하면서 프리미엄쪽으로 넓히고 있어서 실리콘 캐패시터 채용에 있어서도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빨리 과감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AP에서 시작된 실리콘 캐패시터 수요는 데이터센터향 AI 칩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버용 AI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애플의 모바일 AP 적용 사례를 참고해 수년전부터 실리콘 캐패시터 도입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GPU 등 서버용 AI 칩에는 100개 안팎의 실리콘 캐패시터 어레이가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DB하이텍, 북미 빅테크向 AI 반도체 벨류체인 진입

업계에선 실리콘 캐패시터 수요가 글로벌 AI 서버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부품 신시장 진입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글로벌 대형 기업을 대상으로 약 1조 5000억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부터 2년간이다.

회사는 앞서 지난 2024년 초 실리콘 캐패시터 신사업을 공식화하고, 그해 중반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 공급을 개시했다. 삼성전기가 실리콘 캐패시터의 제품 기획과 설계, 판매 등 사업화 전반의 주체를 맡고, 실리콘 웨이퍼 기반 공정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한다.

삼성전기는 이번 공시에서 구체적인 계약 상대 기업 이름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빅테크 또는 이들과 AI 가속기 개발을 진행하는 미국계 팹리스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기는 미국에 본사를 둔 AI 데이터센터용 칩 팹리스 기업 마벨에 AI 가속기용 실리콘 캐패시터를 공급한 이력이 있다.

마벨은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에 맞춤형 AI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기가 마벨을 매개로 북미 빅테크의 맞춤형 AI 가속기 밸류체인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 사진=DB하이텍

삼성전기 관계자는 "삼성전기는 기존 MLCC와 패키지 기판 사업에서 쌓아온 초미세 공정 역량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핵심 공급망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대규모 계약을 기점으로 삼성전기는 AI 서버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시스템, 모바일 등 고성능 컴퓨팅 분야로 공급처를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8인치 파운드리 기업 DB하이텍은 실리콘 캐패시터 전문 팹리스 기업인 엘스페스를 주요 고객사로, 미국 AI 데이터센터향 반도체 패키지 밸류체인 진입을 노리고 있다. 엘스페스가 설계한 칩을 DB하이텍 파운드리 공정으로 제조하고, 패키징과 기판은 SFA반도체와 대덕전자가 맡는 것으로 전해진다.

DB하이텍은 실리콘 캐패시터 신사업을 발표하고, 당초 올 상반기 양산을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3분기로 일부 지연된 것으로 파악된다.

조기석 DB하이텍 대표는 지난 3월 회사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와 만나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북미 데이터센터쪽 엔드 유저들과 얘기가 잘 되고 있으며, 작년 말에 일부 들어갔으니까 올해 안에는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