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우회’ 현대 웃고, ‘사법 리스크’ 이지스 울고…운용사 M&A 희비

김동현 기자 2026. 6. 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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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산운용, 제일건설 계열사 앞세워 인수 마무리
이지스자산운용, ‘흥국 고소’ 사법 리스크에 매각 장기 표류
이지스자산운용 사옥.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국내 자산운용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심사가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규제 장벽을 마주한 두 대형 매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자산운용은 건설 경기 침체 리스크를 피해 계열사를 앞세운 우회 구조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낸 반면,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소송전 등 사법 리스크와 대주주 심사 부담이 겹치며 매각 작업이 장기 표류하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최근 보유 중인 현대자산운용 지분 60%를 제이제이건설에 양도했다. 나머지 40%는 오케이로지웰이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금융당국이 지난 13일 현대자산운용 대주주 변경 승인 안건을 통과시키며 급물살을 탔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의 핵심을 ‘계열사 활용 인수 구조’로 보고 있다. 실질적인 인수 주체가 제일건설이지만, 직접 인수 대신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 제이제이건설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부담과 건설 경기 침체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제일건설이 직접 금융사 인수에 나설 경우 금융당국의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일건설의 지급보증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조5776억원으로 자기자본의 2배를 웃돈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계열사 재무 부담도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제일건설이 아닌 제일건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 제이제이건설을 인수 주체로 인정하며 거래를 승인했다.

현대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약 6조5000억원 규모다. 이 중 부동산 관련 자산 비중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향후 제일건설 사업장과 연계한 대체투자 및 자금 조달 시너지가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온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지스운용 최대주주 측과 우선협상대상자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부터 협상을 이어왔지만 아직 주식매매계약(SPA)조차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가격과 일부 실사 이슈가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시장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승인 부담이 핵심 변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차순위 후보로 거론됐던 흥국생명이 매각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형사 고소까지 진행했던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칼라일과 아폴로 등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까지 접촉하며 새로운 원매자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거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두 거래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자산운용업계 M&A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자산운용은 계열사 인수 구조를 통해 거래를 성사시킨 반면 이지스운용은 사법 리스크와 승인 부담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장기전으로 가는 분위기”라며 “향후 금융사 M&A 시장에서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거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gaed@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