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초월해 소환한 ‘백남준’의 혼…퍼포먼스 ‘죽음을 모르고 어떻게 삶을 아느냐’ 개최

1일 오전 8시쯤 백남준아트센터 정문 앞 왕벚나무에 붉고 푸른 색색의 천이 묶였다. 바람에 살랑이는 천 앞에는 묘한 제사상이 차려졌다. 바나나, 요거트, 얼그레이티까지 이질적인 듯 조화를 이루는 음식들은 이날 불러올 망자의 파격적이고 자유분방한 모습과도 닮아있었다.
제사상이 차려지자 분주한 걸음들이 이어졌다. 올해로 고인이 된 지 20주기를 맞은 백남준의 혼을 추모하기 위해 동해안별신굿 이수자 방지원 등 퍼포머들이 나선 것이다. 생전 그가 가장 좋아했던 매체이자 그의 정체성이기도 한 TV를 앞에 두고, 오래전 떠난 망자를 추모하는 의식이 시작됐다.


남성악사 화랭이는 넋을 불러오기 위해 사설을 구연하다, 마지막으로 왕벚나무 위 마련된 둥지로 향했다. 마을을 지켜주는 신을 물질에 깃들게 해 모시던 전통 마을굿의 형태를 빌려와, 백남준의 예술적 혼을 둥지에 안치한 것이다.
퍼포먼스 명이자 백남준이 던졌던 화두인 '죽음을 모르고 어떻게 삶을 아느냐'도 이런 맥락에서 등장했다. 시공간의 모든 차원을 초월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길 바랐던 생전 백남준의 바람처럼, 40여분간 이어진 소란스러운 몸짓은 삶과 죽음을 단절이 아닌 하나의 순환체로 엮어냈다.
이번 무대는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개최하는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의 서막을 알리는 예비 의식이기도 하다. 1990년 7월 20일 먼저 떠난 오랜 벗 요셉 보이스를 기리며 서울에서 부다페스트까지 이어지는 굿판을 벌였던 백남준의 퍼포먼스를 재소환하는 거대한 무대로 이어진다.

이날 퍼포먼스를 이끈 방지원 이수자는 "어릴 때부터 직간접적으로 접했던 백남준의 기억을 되짚어보며 그가 각광받았던 이유를 새삼 깨달았고, 그의 작품 세계에 더욱 몰입하게 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평소 굿이란 죽은 이를 과거에서 불러오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공간 초월의 작업이라 생각했다"며, "백남준이 생전 추구했던 가치나 작품 속에서도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접점을 찾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7월 퍼포먼스도 즐겁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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