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韓 경제 강건…더 많은 운신의 폭으로 통화정책 가능”

김벼리 2026. 6. 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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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BOK 국제컨퍼런스’ 개최
ECB 집행이사와 정책대담 진행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 재차 시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6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유혜림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2026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모든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더 많은 운신의 폭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이날 이자벨 슈나벨 ECB(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와 정책 대담을 통해 “한국은 유로 지역과 유사하게 에너지 가격 충격에 민감하다”고 언급하면서도 “한국의 성장은 강력하다. 특히, 1분기 GDP(국내총생산)는 전년 대비 3.6% 올랐는데 GDI(국내총소득)는 12.3% 성장했다. 이건 굉장히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가가 상승하면 교역 조건이 불리해지면서 GDI 성장세가 GDP보다 둔화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분보다 반도체 분야 보상이 더 컸다”며 “강력한 수출을 달성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 총재는 긴축적 통화 정책을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련해서 조정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적다고 볼 수 있다”며 “통화정책 수행할 때 어려운 점은 (요소들이)상충하는 것인데, 경제가 강건하고 산출갭(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값)이 내년에는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가격, 그리고 가계부채를 생각할 때 환율을 고려하면 모든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우리는 훨씬 좀더 많은 운신의 폭을 가지고 통화정책 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그는 슈나벨 이사에게 “한국에서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이 많다”며 “유로화 표시 스테이블코인 비중이 아주 작은데 비달러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조언을 구했다. 이에 슈나벨 이사는 “테더나 서클 등은 규모가 커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다른 스테이블코인이 쫓아가기 힘들다”며 “유럽은 준비금이나 예금 비중 등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하고 있는데, 발행자 측면에서 이윤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종국적으로 (중립적)규제가 큰 동력을 제공할 수 있어서 이 부분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1일부터 이틀간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2026년 BOK 국제 콘퍼런스’를 진행한다. 금융안정과 통화정책 간 연계, 디지털 화폐와 지급결제 혁신, 커뮤니케이션(소통) 전략, 중앙은행의 역사적 변천, AI(인공지능) 기술 혁신 등과 관련한 최신 연구와 정책 사례를 나누는 자리다.

슈나벨 이사는 ‘중앙은행과 화폐의 미래’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 영역에서 효율성 개선을 약속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은 수단이 아니라 기술에서 비롯된다”며 “올바른 대응은 기술혁신에 발맞추고 민간 혁신이 번창할 수 있는 틀을 정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화 예금 같은 새로운 형태의 민간 화폐가 공공화폐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하도록 유도하며 최종 결제자산으로서 공공화폐의 앵커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스템 안에서 50년 전 MMF가 그랬던 것처럼 자리를 잡을지, 아니면 토큰화 예금 같은 다른 혁신이 더 유망한 대안으로 판명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슈나벨 이사는 “혁신만으로는 지속적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안전장치를 마련해서 금융안정과 통화정책 파급, 그리고 유로화 국제적 역할을 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세션에서 토비아스 아드리안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자문관 겸 통화자본시장국 국장은 ‘금융취약성과 통화정책’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금융 여건 변화는 평균적인 경기 흐름뿐 아니라 극단적인 경기침체 위험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금융안정이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정책 목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물가와 산출갭의 중장기적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운영 과정에서 금융취약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급결제-신용-디지털화폐의 삼중 딜레마’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디지털화폐 체계가 추구하는 ▷효율적 지급결제 ▷효율적 신용공급 ▷개인정보 보호 등 세 가지 핵심 가치를 동시에 완벽하게 달성하기는 어렵다”며 “향후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등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런 상충관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이클 베버 퍼듀대 및 ESMT 베를린대 교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 문제를 다뤘다. 그는 “연준에 대한 정치적 인식이 거시경제 기대와 신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연준이 스스로 정치적 독립 기관이라고 믿고 소통하더라도 일반 대중에게 연준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인식되면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향후 대중에게 기관의 비당파적 특성을 강조하고, 특정 이익집단만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소통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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