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의 오디세이] "붉은 코트의 세대혁명"…폰세카·호다르·멘시크 8강 진출…19~20세 챔피언 탄생하나?
-브라질 19세 ‘신성’ 폰세카, 조코비치에 이어 루드도 제압
-스페인의 ‘새 희망’ 19세 호다르는 또 3-2 역전 드라마
-20세 멘시크는 ‘빅히터’ 루블레프 잡고 생애 첫 8강
-8강 안착 ‘낀 세대’ 츠베레프, 호다르와 격돌 부담감 가중

붉은 흙 코트(앙투카)에서 펼쳐지는 시즌 두번째 그랜드슬램에서 세대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9~20세 영건들이 5월31일 2026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 나란히 진출하게 된 것인데요. 이들의 기세가 파리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우선 브라질의 19세 '신성' 주앙 폰세카가 생애 첫 그랜드슬램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세계랭킹 30위인 폰세카는 이날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남자단식 4라운드(16강전)에서 16위로 우승후보이던 카스퍼 루드(27·노르웨이)를 7-5, 7-6(10-8), 5-7, 6-2로 제압했습니다. 3시간55분 동안의 접전이었습니다.
이틀 전 남녀단식 통틀어 역대 최다(25회)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노리던 노박 조코비치(39·세르비아)를 상대로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대역전승(4-6, 4-6, 6-3, 7-5, 7-5)을 거뒀던 폰세카입니다.
혈기왕성한 그는 강력한 포핸드와 끈질긴 수비를 앞세워 지난 2022·2023년 롤랑가로스 준우승자인 루드까지 제압하며 레전드들이 왜 그를 '빅2를 위협할 제3의 선수'로 지목했는지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경기 뒤 폰세카는 "정말 힘든 경기였다. 카스퍼는 이곳에서 매우 좋은 선수이고 경험도 풍부하다. 이 코트에서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중요한 순간마다 좋은 플레이를 펼친 1, 2세트가 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경기장에는 브라질 테니스의 레전드이자 롤랑가로스 3회 챔피언 경력의 구스타부 쿠에르텐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 눈길을 끌었습니다.
폰세카는 "그는 브라질 스포츠의 우상이자 우리나라의 자랑이다. 선수로서의 업적뿐 아니라 겸손한 인품으로도 존경받는 인물이다. 주니어 시절 롤랑가로스 첫 경기 때도 와줬는데, 오늘 이렇게 강한 상대를 그의 앞에서 이겨 더욱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폰세카와 동갑인 라파엘 호다르(스페인)도 이날 16강전에서 같은 나라의 베테랑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34·세계 89위)를 맞아 4-6, 4-6, 6-1, 6-2, 6-2로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8강 무대를 밟았습니다.
호다르는 3라운드에서도 세계 42위 알렉스 미켈슨(21·미국)과 풀세트 접전 끝에 7-6(7-2), 6-7(5-7), 4-6, 6-3, 6-3으로 승리한 바 있습니다. 1m91 큰 키(70㎏)인데도 놀라운 지구력과 끈기를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폰세카와 호다르의 8강 진출로, 최근 40년 동안 그랜드슬램에서 2명의 10대 선수가 동시에 8강에 오른 5번째 사례가 됐다고 ATP 투어가 밝혔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2022년 롤랑가로스 때의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홀거 루네였습니다.
그러나 폰세카와 호다르는 8강전이 고비입니다.
폰세카는 4강 진출을 놓고, 체코의 '신성' 세계 27위 야쿠브 멘시크(20)와 맞붙게 된 것입니다.
멘시크는 이날 4라운드에서 세계 13위 안드레이 루블레프(28·러시아)를 6-3, 7-6(8-6), 4-6, 2-6, 6-3으로 물리치고 다시 한번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3라운드에서는 세계 7위 알렉스 드 미노(27·호주)를 0-6, 6-2, 6-2, 6-3으로 제압한 바 있습니다.
상대전적에선 폰세카가 멘시크에 1승으로 앞서 있습니다. 지난 2024년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 우승 과정에서 멘시크를 한 차례 꺾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승부는 예측불허입니다.

19~20세의 거센 돌풍 속에 그동안 '빅3', 그리고 최근 '빅2'에 눌려 있던 세계랭킹 3위 알렉산더 츠베레프(29·독일)도 절호의 그랜드슬램 첫 우승 기회를 맞았습니다. 그는 이날 16강전에서 세계 106위 예스퍼 더용(26·네덜란드)을 7-6(7-3), 6-4, 6-1로 완파하며 8강에 안착했습니다.
문제는 8강전 상대가 상승세의 호다르라는 점입니다.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뜨거운 신예를 만나게 된 셈입니다. 이 고비를 넘기더라도 폰세카-멘시크의 8강전 승자와 4강전에서 만나게 됩니다.
폰세카와 멘시크, 호다르는 져도 크게 잃을 것이 없습니다. 이들은 지금 미래를 향해 뛰고 있는 셈이죠.
그러나 세계랭킹 4위 조코비치, 1·2위인 야닉 시너(24·이탈리아)와 카를로스 알카라스(23·스페인)가 없는 상황에서 츠베레프는 영건들의 도전을 홀로 막아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물론 경기 경험, 그동안의 그랜드슬램 성적 등을 고려하면 츠베레프의 우승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게 역설적으로 그를 더욱 부담스럽게 만들 것입니다.
파리의 붉은 흙 코트에서 일고 있는 남자 테니스의 세대혁명. 과연 19세나 20세의 챔피언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기세로 보면 그럴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츠베레프의 눈물을 또다시 보는 것도 지구촌 테니스팬들을 무척 가슴 아프게 할 것입니다. 신예들의 거센 도전 속에 츠베레프도 힘을 내 꼭 대업을 이루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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