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 빠진 증시… 반도체 빼면 코스피 4100선 불과

1일 코스피가 8600을 넘는 등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실질적인 코스피 지수는 4100~4200선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증시 상승 이면에는 철저한 반도체 쏠림 현상이 자리 잡고 있어, 다른 업체들의 주가 부진은 올해 더 심해지는 등 시장 내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이 작성한 ‘반도체 거인의 그림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6월 25% 수준에서 54.6%까지 급증했다. 실적 쏠림은 한층 더 강해졌다. 올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후반에서 7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올해 시가총액 비중이 늘어난 산업은 IT 하드웨어가 유일하며,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들의 영업이익 비중 추정치는 대부분 축소될 전망이다. 허 연구원은 “주가 상승 폭이 닷컴 버블 수준으로 가파르지만, 이익 기준으로 추가 비중 확대가 충분히 정당화돼 멈출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쏠림 현상이 안정적으로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코스피 전체의 12개월 선행 PER(1년 뒤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은 8.1배로, 지수 자체만 놓고 보면 꽤 낮아 보인다. PER이란 기업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창출한 이익 대비 주가의 상대적 가치를 보여준다.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이익을 휩쓸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이 만들어낸 ‘착시’에 불과하다는 게 허 연구원의 분석이다. 막상 반도체를 빼고 나머지 기업들만 떼어놓고 보면 PER은 11배로 오히려 껑충 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평균치(10.4배)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당시보다 현재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들은 고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주식들은 투자자 입장에서 딱히 가격 매력이 없어 증시에 들어온 자금이 굳이 다른 업종으로 흘러갈 이유가 없다고 허 연구원은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는 시가총액이 모두 1조달러를 넘어서며 4월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그럼에도 12개월 선행 PER은 6~10배 수준에 머물러 있어 여전히 투자 매력이 높다.
소외 장세의 타격은 코스닥 시장과 제약·바이오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허재환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반도체 이외 수출이 좋아질 때 상대적으로 강했다”며 “반도체 업종의 주도력이 주춤해져야 바이오와 코스닥 시장이 개선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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