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베이조스 로켓들 ‘추락, 펑’…미국의 ‘달 도시’ 개문발차 신세
핵심 발사체 스타십·뉴글렌 사고·폭발
올해 안 3차례 임무 수행 불투명해져

“주거시설은 햇빛 잘 드는 언덕 꼭대기에.” “전체 크기는 수백제곱마일(1제곱마일=2.6㎢) 규모로.” “깃발은 우리가 먼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비교적 상세한 달 기지 구축 계획과 일정을 발표했다. 처음엔 월면차와 드론을 이용해 달 표면을 탐사하는 것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론 웬만한 도시 규모의 달 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이 골자다.
나사는 이제부터는 달 기지가 계획에서 건설 단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를 담아, 올해 예정된 3개의 달 탐사를 ‘문 베이스’(Moon base, 달 기지) 임무로 호칭했다. 지난 4월 아르테미스 2호가 반세기만에 달 유인 왕복에 성공한 분위기를 이어받은 이날 설명회는 달 기지 기공식과도 같았다.
하루 뒤인 27일 미 연방항공청(FAA)은 최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실시한 3세대 스타십 첫 발사를 사고로 규정했다. 이어 안전에 영향이 없다는 판단이 들 때까지 발사를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3세대 스타십은 나사의 아르테미스 달 착륙 프로그램에서 착륙선으로 쓰기로 한 발사체이자 우주선이다.

하루가 더 지난 28일, 이번엔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의 대형 로켓 뉴글렌이 지상 연소 시험 도중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엄청난 폭발 충격에 발사대까지 크게 파손되고 말았다. 뉴글렌 역시 아르테미스와 달 기지 건설에서 주요 임무를 맡은 로켓이다. 특히 오는 가을 ‘문 베이스’ 1호 임무를 띤 과학장비를 실은 착륙선을 발사할 예정이었다. 미 언론들은 발사대 복구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우주 패권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달 기지 건설이 ‘개문발차’와도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핵심적인 역할을 할 발사체에 잇따라 문제가 불거지면서 달 기지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차를 출발시킨 격이 되고 말았다.

민간 기술과 자금으로 시작하는 첫 임무
이에 따르면 나사는 우선 올해 말까지 ‘달 기지(Moon base) 1, 2, 3호’를 잇따라 발사해 달 남극의 지형을 정밀 탐색하고 기지 구축을 위한 기술을 검증한다. 나사는 “기지가 들어설 달 남극에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햇빛을 받아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지역과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 물얼음이 존재하는 지역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문 베이스’ 1~3호에는 미국의 우주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오는 가을 발사할 I호 임무를 맡은 기업이 블루 오리진이다. 블루 오리진의 착륙선(블루문 마크 1 인듀어런스)이 나사의 과학장비를 싣고 달 남극의 섀클턴 충돌구 능선에 내린다. 이 임무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부분 블루 오리진이 부담한다. 달 기지 사업의 첫 임무를 민간 자금으로 수행한다는 점은 우주 개발과 탐사에서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달라진 ‘뉴스페이스 시대’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문 베이스 2호 임무에선 애스트로보틱의 그리핀 착륙선이 남극 인근의 노빌레 충돌구에 애스트로랩의 무인 로봇 탐사차(FLIP 로버)를 포함한 500kg 이상의 탑재체를 내려놓는다.

3호 임무엔 한국 과학장비도 승선
달 기지 3호 착륙선엔 한국천문연구원(KASI)과 경희대, 쎄트렉아이가 함께 개발한 우주환경 분석기 루셈(LUSEM)도 탑재된다. 루셈은 심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를 검출하는 장비다. 예정대로라면 루셈은 한국이 만든 탑재체로선 처음으로 달 표면에 착륙하게 된다.

드론으로 기지 경계 표지…“먼저 가는 게 중요”
나사는 1단계 기간 중 사용할 월면차(LTV) 제작업체로 애스트로랩과 루나 아웃포스트를 선정해 최근 계약을 체결했다. 애스트로랩의 월면차는 시속 10km, 루나 아웃포스트의 월면차는 시속 14km로 이동한다. 두 회사는 2028년까지 월면차를 제작해 달에 보내야 한다. 두 월면차는 블루 오리진의 착륙선에 실려 달에 간다. 이로써 블루 오리진은 2027년 나사의 무인 탐사차 바이퍼 운송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4건의 달 운송 임무를 확보했다. 1단계 임무에선 총 25번의 발사를 통해 4톤의 화물이 달에 착륙한다.
나사는 이와 함께 2028년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 착륙 후보지를 정밀 탐사 비행할 문폴(MoonFall) 드론 4대를 보낸다. 제트추진연구소가 개발하는 이 드론은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선이 운송한다.
비행 수명이 다한 후엔 드론을 달 기지 경계를 표시하는 용도로 쓸 예정이다. 재러드 아이작먼 나사 국장은 “경계 표시는 인근에 있을 수 있는 다른 국가의 우주선과 장비를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문제에서 상호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이작먼은 기자회견에서 드론이 일종의 접근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먼저 그곳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사는 2단계에 구축하는 원자력발전소에 쓰일 소형 원자로(SR-1 프리덤)도 2028년 발사하기로 했다.

최대한 넓은 면적 확보해야 하는 이유
달 기지 총괄설계자인 누주드 메란시는 기자회견에서 “달 표면의 모든 과학, 기술, 거주에 필요한 사항을 모두 충족하는 단 하나의 장소는 없다”며 “발전 시스템, 특히 원자력발전 시스템은 방사선 차폐를 위해 1k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므로, 이 모든 것들을 합쳐서 건설하다 보면 결국 도시처럼 점점 더 넓게 펼쳐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 기지 구성 요소들의 입지에 대해 “한 지역 내에서도 지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거주시설의 경우엔 햇빛이 잘 드는 언덕 꼭대기에 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르시아-갈란은 “아직 달 남극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며 “이것이 그곳에 정착촌을 건설할 때 넓은 면적을 확보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나사는 최근 개설한 달 기지 웹사이트를 통해 앞으로 달 기지 건설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계속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3호에도 영향 가능성
스페이스엑스는 지난달 22일 아르테미스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춘 3세대 스타십을 처음 선보였다. 이날 발사에서 상단 스타십은 예정된 비행을 다 마쳤지만, 1단 슈퍼헤비 부스터는 하강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채 바다에 급추락하고 말았다. 나사의 1단계 달 기지 구축에서 주요 임무를 맡은 블루 오리진은 뉴글렌의 폭발로 발사대까지 파손되는 바람에 당장 올해로 예정된 문 베이스 1호 임무부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에 파괴된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 36번 발사대는 뉴글렌의 유일한 발사대다. 뉴욕타임스 등은 발사대 복구에만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3호 비행에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아이작먼 나사 국장은 “아르테미스와 달 기지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정보가 나오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먼저 달에 가도 놀랍지 않은 상황
미국은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우주우위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계기로 달 유인 착륙과 달 기지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사에 2028년까지 미국인을 달에 보내고 2030년까지 영구적인 달 기지의 초기 요소를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중에 중국보다 먼저’ 유인 달 착륙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9년 1월까지다.
중국의 목표는 2030년까지 우주비행사 2명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고, 이어 2030년대 중반 러시아와 함께 1단계 달 연구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26년 하반기에 달 남극 자원을 탐사할 창어 7호, 2028년 달 연구기지 건설을 위한 기초 조사를 담당할 창어 8호를 발사한다. 창어 7호는 지난 4월 중국 최남단 하이난성 원창우주발사장에 도착해 발사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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