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골아도 반칙 아니에요”…경쟁률만 38대1, 서울숲서 열린 ‘개꿀잠 대회’ [르포]

부애리 2026. 6. 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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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유한킴벌리 ‘숲속 개꿀잠대회’ 첫 개최
숲에서 반려견과 휴식하며 힐링…꿀잠 자면 1등
경쟁률 38대 1 기록…MZ 반려인들 참여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열린 유한킴벌리 ‘숲속 개꿀잠대회’에서 참가자가 반려견과 함께 숙면을 취하고 있는 모습. [부애리 기자]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절대 기상 금지. 옆 사람이 코를 골아도 반칙이 아닙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유한킴벌리가 주최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숲속 개꿀잠대회’ 곳곳에는 이 같은 안내문이 쓰여져 있었다. 이 행사는 반려견과 함께 말 그대로 ‘꿀잠’을 자면 1등을 하는 대회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반려견과 반려인들이 대회 참석을 위해 서울숲에 모여들었다.

반려견 1마리와 보호자 1명이 팀을 이뤄 총 30팀이 참가했으며, 1140팀이 신청해 경쟁률만 38대1에 달했다. 이번 대회는 참가하고 싶은 사연을 적어내면 선정되는 방식이었는데 유기견을 키우고 있거나 바쁜 일상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사연 등 스토리가 확실한 사연 위주로 참가자들이 선정됐다고 유한킴벌리 측은 설명했다.

반려견 마사지 후 ‘숙면’…베스트꿀잠러 선정

서울숲의 나무들이 우거진 공간에 마련된 대회 장소는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였다. 그늘진 곳에 빈백 소파가 수십 개가 깔려있었다. 간간이 들리는 새 소리와 평온한 음악이 어우러져 빈백에 누워 눈을 감으면 잠이 솔솔 밀려왔다. 그 옆에는 반려견들이 누울 수 있게 피크닉매트 자리가 마련됐다. 머리를 곱게 땋은 푸들부터 잠옷을 각양각색으로 꾸민 반려견들이 참석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대회 전 긴장을 푸는 반려견 마사지로 시작됐다. 반려인과 반려견들은 함께 재활 마사지와 교감 마사지를 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잘 준비’ 모드에 돌입했다. 정비 시간에는 안대 착용, 웨어러블 조끼 등을 입고 대회 준비가 이뤄졌다.

9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됐다. 약 한 시간동안 스트레스 지수 감소율이 가장 높은 참가자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심박수, 심박 변이도, 호흡수, 자율신경 균형 비율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스트레스 지수’를 매기는 장비가 장착된 조끼를 입고 대회를 시작했다. 대회 시작 전과 후로 비교해 이 수치가 가장 안정화된 참가자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반려견의 꿀잠 여부는 이번 평가에서는 제외됐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열린 유한킴벌리 ‘숲속 개꿀잠대회’에서 참가자가 반려견과 함께 숙면을 취하고 있는 모습. [부애리 기자]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하자 반려인들은 각자 편한 자세로 숙면에 돌입했다. 함께 잠을 청하는 반려견들이 있는가 하면, 주인 품에 안겨서 풍경을 멀뚱멀뚱 구경하거나 주위를 탐색하는 반려견도 있었다. 처음엔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려견도 있었지만 주인이 잠을 청하자 대부분 함께 휴식 모드를 취했다.

이날 우승자는 서울 강남구에서 온 한도아(39)씨였다. 한 씨는 대회 전 후로 약 1시간 동안 스트레스 지수가 18% 가까이 떨어졌다. 우승자에게는 강원 홍천의 소노펫 비발디파크 1일 숙박권이 지급됐다. 한 씨는 “전날 잠을 설친 것이 우승에 도움이 된 것 같다”라며 “전문가들이 편한 분위기를 형성해 줘서 숙면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이날 대회에서는 ‘베스트 잠옷러’ 선정도 있었다. 실제로 편한 파자마를 입고 온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베스트 잠옷러에 선정된 국민지(34)씨는 한복을 입고 참가했다. 국 씨는 “반려견과 함께 예쁜 사진과 영상을 찍고 싶어서 한복을 선택했다”라며 “반려견들이 많이 모여있다 보니 반려견이 사회성도 기를 수 있고,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전했다.

참가자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이의진(37) 씨는 “반려견이 워낙 나른하고 차분한 강아지라는 특징이 있어서 주위에서 권유를 받았다”라며 “숲에서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점이 의미가 깊다”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반려견과 함께 온 참가자도 있었다. 청주에서 온 박나현(28)씨는 “올해 처음으로 열린 대회라 서울숲 구경도 하고 반려견과 함께 경험해 보고 싶어서 멀지만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열린 유한킴벌리 ‘숲속 개꿀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반려견과 함께 숙면을 취하고 있는 모습. [부애리 기자]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나무 심고 숲속에서 휴식

유한킴벌리는 2016년부터 ‘숲속 꿀잠대회’를 개최했다. 유한킴벌리의 사회공헌 캠페인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일환으로 참가자들이 숲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연의 가치와 건강한 수면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다. 올해에도 지난달 30일 사람들만 참석하는 ‘제 11회 숲속 꿀잠대회’가 열렸는데 70명이 참가했다. 이 대회 역시 1만명이 넘게 신청해 1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유한킴벌리가 1984년 시작한 국내 최장수 숲·환경 공익 캠페인이다. 나무 심기와 숲을 매개로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 5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꿨다. 특히 이날 대회가 개최된 서울숲은 유한킴벌리에게도 의미가 깊은 장소다. 유한킴벌리는 2003년 서울숲 조성 당시 약 3000평 규모 숲 조성에 참여했다.

올해는 반려인 10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처음으로 반려견과 함께하는 ‘숲속 개꿀잠대회’를 열게 됐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관악산 순례 열풍 등 도심 속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힐링을 찾으려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대회에는 MZ세대(1981~2011년생) 여성 참가자가 많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유한킴벌리는 크리넥스, 하기스, 좋은느낌 등 생활·위생용품 제조회사다.

배철용 유한킴벌리 사회책임 워크그룹 리더는 “요즘 반려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타깃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숲의 효능감을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라며 “젊은 분들에게 유한킴벌리의 여러 브랜드를 알리는 계기도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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