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했더니 연봉 900만원 넘게 줄었다” 발끈…차라리 말단이 낫다는 이곳, 왜?
승진하면 연봉 줄어드는 일본 관료사회
잔업수당 현실화로 실무직 소득 역전
40~50대 ‘취업빙하기 세대’ 불만 고조

일본 중앙부처에서 과장·실장급으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실수령액이 줄어드는 이른바 ‘연봉 절벽’ 현상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승진 기피 분위기가 관료사회 전반으로 퍼지면서 조직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중앙부처에서 관리직 승진 후 연봉이 줄어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배경에는 초과근무수당 지급 방식의 변화가 자리한다. 2021년 고노 다로 당시 행정개혁담당상이 “초과근무 시간을 모두 기록하고 수당도 전액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국회 대응과 정책 검토 등 야근이 잦은 실무자들의 손에 잔업수당이 온전히 쥐어지게 됐다.
이전까지 가스미가세키에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실제 근무 시간보다 훨씬 적은 수당만 지급하는 이른바 ‘서비스 잔업’이 암묵적 문화로 굳어져 왔다. 과도한 장시간 노동 탓에 ‘블랙 가스미가세키’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곳이기도 하다.
제도 개선으로 젊은 직원들의 처우가 나아진 것과 달리, 관리직은 잔업수당 지급 대상에서 빠지면서 되레 소득이 줄어드는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 총무성의 한 간부는 닛케이에 “실장으로 승진한 뒤 연봉이 100만엔(한화 약 945만원) 이상 줄었다”고 털어놨다.
일본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는 있다. 국가공무원 인사를 관장하는 인사원은 올해 4월부터 본부성 업무조정수당 지급 범위를 관리직으로 넓혀 월 5만1800엔(한화 약 48만원)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수당만으로 연봉 감소분을 메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특히 불만이 거센 층은 일본 내에서 이른바 ‘취업빙하기 세대’로 불리는 4050 세대다. 이들은 젊은 시절 장시간 무급 잔업을 견뎌냈지만, 정작 관리직에 오른 뒤에는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후배들이 처우 개선의 혜택을 누리는 동안 자신들은 그 과실을 온전히 거두지 못한다는 박탈감이 배어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책임과 업무 부담은 커지는 반면 보상은 되레 줄어드는 관리자 직위로의 승진을 꺼리는 분위기가 일본 사회 전반으로 스며드는 추세가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인재 이탈을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승진에 따른 보상보다 책임이 압도적으로 무거워지면서 민간 이직을 저울질하는 중견 관료가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일본 대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5.46%로 3년 연속 5%를 웃돌았고, 민간과 관료사회 간 처우 격차는 한층 벌어지는 양상이다.
닛케이는 “승진이 손해라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관료 조직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치권 차원의 근무 방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g1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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