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전문가 박종한 “월가 고래들이 판 짠다… ‘존버’ 통하던 코인 시대는 끝”

코인 시장은 이른바 '야수들의 놀이터'였다. 호재성 정보 하나에 이름도 생소한 알트코인이 하루 만에 100%씩 폭등했고, 시장이 무너지더라도 '믿음으로 버티면 결국 우상향한다'는 공식이 개미들 사이에서 통용되곤 했다.
기관이 바꾼 판도, 4년 사이클의 희석
박종한 작가가 꼽은 현재 시장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변동성의 제한'과 '예측 불가능성'이다. 과거 크립토 윈터(가상화폐 겨울)에는 고점 대비 80~90%씩 폭락하는 것이 예사였지만, 이제는 기관들의 자본이 하방을 받쳐주면서 낙폭이 40~50% 수준에서 방어된다.
표면적으로는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어려운 전장이 됐다는 것이 박 작가의 진단이다. 기관들이 노련하게 유동성을 컨트롤하면서 과거의 정형화된 '4년 주기 사이클'이 서서히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이전에는 시장이 무너져도 굳건한 믿음만 있으면 시간이 해결해 줬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시장의 유동성 주체가 트레이더에서 기관으로 바뀌면서 흐름이 철저하게 엇박자를 탄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수천억원을 굴리던 개인 트레이더들조차 '장이 너무 어려워졌다'며 무더기 손실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구조적 성숙은 메이저 코인과 알트코인 간의 극심한 양극화로 이어진다. 박 작가는 우후죽순 다 함께 오르는 '알트 시즌'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오더라도 선별적인 종목에 한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월가와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의 움직임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전통 금융기관들은 이제 단순한 기대감이나 호재성 소식에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 매출을 증명해 내고 있는 블록체인에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다.
투기 자산 벗어나 제도권 안착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와 달리,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코인의 '투기 자산' 이미지는 상당 부분 걷히고 있다는 것이 박 작가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편입하는 시대가 열렸다. 또한 운용 책임자가 객관적 자료로 편입 근거를 증명할 경우 법적 책임까지 면제해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면서 기관의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블랙록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에 최고 등급인 트리플A(AAA)를 부여한 것 역시 시장의 대전환을 시사한다. 박 작가에 따르면 내부 규정상 트리플A 등급 미만 자산은 포트폴리오에 담지 못하던 거대 연기금들이 토큰화자산(RWA)을 합법적으로 담을 수 있는 제반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박 작가는 수면 아래에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플랫폼에 수백억원을 투자하거나 대형 거래소 인수를 타진하는 등 이미 준비를 마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규제의 빗장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 기관들에게 암호화폐는 더 이상 투기 대상이 아닌 미래 혁신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작가는 이 같은 시장 변화 속에서 개인 투자자의 생존 법칙으로 '비트코인 50% 사수'를 제시한다. 그는 "하락장에 어려움을 겪는 포트폴리오를 보면 비트코인은 없고 알트코인만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장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포트폴리오의 최소 50~60%는 비트코인으로 뼈대를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또 "장기 관점에서 투자할 때는 거래소 장부상의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블록체인 위의 진짜 자금 흐름인 '온체인 지표'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강조하는 온체인 지표는 명확하다. 비트코인의 경우 개인의 투매 속에서도 고래들이 물량을 매집하는지, 채굴자들이 수익을 내고 있는지, 미국 기관들의 매수 심리를 대변하는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이 양수(+)를 유지하는지 보는 것이다. 알트코인을 고를 때도 총 예치금(TVL) 규모나 프로토콜의 실제 수수료 매출, 장기 보유 성향을 뜻하는 스테이킹 비율을 비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 작가는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한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일각에선 여전히 단기 트레이딩 중심의 음지 영역으로 오해받고 있지만, 지금의 코인은 엄연한 제도권 혁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전한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이 시장이 올바르게 양지화하는 데 기여하는 길잡이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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