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온전선, 구글·아마존 AI센터 부품 수주
AI데이터센터의 '혈관' 버스덕트
메타 이어 장기 납품 계약 맺어
공급 부족에 K전선 낙수효과
LS전선 자회사인 가온전선이 글로벌 인공지능(AI) 빅테크의 핵심 전력 부품 공급망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최근 메타를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구글, 아마존과도 잇달아 손잡으며 북미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온전선은 전방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규모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누적 수주 최대 6조원
31일 업계에 따르면 가온전선은 구글에 AI 데이터센터용 핵심 전력 시스템인 버스덕트를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모회사 LS전선이 지난해 말 구글과 5000억원 규모의 버스덕트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이번에 납품 물량이 확대된 것이다. AI 열풍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폭발하자 구글이 버스덕트를 더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도 가온전선에서 버스덕트 물량을 일부 공급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온전선이 지난 5월 18일 메타로부터 향후 5년에 걸쳐 최대 4조원 규모 버스덕트 물량을 수주한 점을 감안하면 누적 규모는 최대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전선 및 전력기기 업계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초대형 장기 계약은 가온전선이 폭발하는 미국 AI데이터센터 수요를 선점한 결과다. 가온전선은 올해 초도 물량 공급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매년 미국 내 수십 곳의 AI 데이터센터에 버스덕트 납품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이번 물량은 LS전선과 공동 생산하며, 미국 현지 생산·판매 법인(LSCUS)을 통해 공급한다. 가온전선 전주공장 신규 설비와 LS전선의 멕시코 법인 등을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수주 러시는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가온전선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636억원, 영업이익은 27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4%, 27.2%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강점
가온전선이 빅테크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는 이유는 공급이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버스덕트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버스덕트는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많은 양의 전기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대형 전기 통로’다.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게 하는 ‘혈관’ 역할을 한다. AI 서버는 고성능 연산을 처리해야 해 일반 서버보다 전력 소비량이 수 배 이상 많다. 빅테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버스덕트 수요가 급증했다.
버스덕트가 철저히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점도 공급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주문 제작을 하면 납기가 길어지고, 단기간에 생산 능력을 키울 수도 없다. 그동안 글로벌 버스덕트 시장은 독일 지멘스, 프랑스 슈나이더일렉트릭, 스위스 ABB 등 유럽·미국계 기업이 시장의 50% 이상을 과점해 왔다. 하지만 역대급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글로벌 빅테크들이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가온전선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른 국내 전선업체도 영향을 받고 있다. 대한전선은 고부가 버스덕트와 전력망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채연/최다은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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