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위기백서③]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 흔든 '영풍제지' 후폭풍…법정 공방에 우는 속사정

이수아 기자 2026. 6.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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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금 '4943억' 남긴 최악의 사태…30% 배상 책임 항소심 '불씨'
타 증권사 선제 차단에도 늦장 대응…'증거금률 40%'가 부른 비극
[이미지=Chat GPT]

코스피 8000 돌파와 함께 증권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성장 뒤에는 유령주식 배당 사고와 대규모 펀드 불완전판매, 미수금 사태 등 시장 신뢰를 흔든 대형 사고의 그림자도 남아 있다. 본지는 증권업계 성장 이면에 가려진 위기와 사고 그리고 각 사가 겪은 변화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국내 주식 거래대금 점유율 20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배 급증하며 증시 호황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와 관련해 증거금률 관리 부실에 따른 배상 책임 항소심이 남아 있어 리스크 관리 역량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1월 키움증권이 미수금 회수를 위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키움증권이 위험 확대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않아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손해액의 30%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키움증권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해당 항소심은 영풍제지 사태 당시 증권사의 신용거래 관리 책임 범위를 가늠할 주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지=Chat GPT]

◇ 영풍제지 사태가 드러낸 신용거래의 허점

이번 소송전의 배경이 된 영풍제지 사태는 2023년 국내 증권업계를 뒤흔든 대표적 주가조작 사건이다. 

영풍제지 주가는 2022년 10월말 3400원대에서 2023년 10월17일 4만8000원대까지 약 14배 급등한 뒤 돌연 하한가를 기록하며 폭락했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 시세조종 정황이 드러났다.

주가조작 일당 16명은 약 1년간 다수 계좌를 동원해 약 22만7000여 차례 시세조종 주문을 반복하며 주가를 끌어올렸고 6166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여파로 키움증권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거래정지 직후인 2023년 10월20일 관련 위탁계좌에서 4943억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당시 상반기 순이익(3756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사태 이후 시장의 관심은 키움증권의 신용거래 관리 체계 전반으로 집중됐다. 

주요 증권사들은 2023년 초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며 사실상 미수거래를 차단했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금융당국의 거래정지 직전까지 40% 증거금률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타 증권사에서 제한된 거래가 키움증권으로 집중되면서 시세조종 세력의 주요 거래 창구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사태가 라덕연 차액결제거래(CFD) 폭락 사태 직후 발생하면서 키움증권의 레버리지 거래 관리 역량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태는 증권사의 선제적 위험 대응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유사 상황에 대한 경계심은 높아질 수 있지만 특정 증권사의 개별 사안인 만큼 업계 전반의 증거금률 운영 기준이 일괄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사태 이후 황현순 대표가 물러나고 엄주성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리스크 관리 체계 재정비에 나섰다.

감사기획팀을 설치해 현업·리스크·감사 부문으로 구성된 3중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또 거래 가능 종목을 대상으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와 유동주식수, 가격 변동률 등을 분석해 신용 리스크를 점수화하는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영풍제지 사태 이후 신용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했다"며 "위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풍제지 사태 당시 키움증권이 시세조종 의심 계좌를 대상으로 내린 출금·출고 정지 조치에 대한 적법성을 따지는 항소심도 진행 중이다. 

이는 증권사가 확정판결 전 이용자 자산을 임의로 동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첫 사례로 향후 증권사의 선제 대응 권한 범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아일보] 이수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