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

정기훈 기자 2026. 6. 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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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케이(K)-문화의 힘 때문인가. 요즘 서울 광화문광장에 부쩍 왕이 많고, 무사가 많다. 치마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귀인이 또 줄줄이 사뿐 걸음, 저 앞 궁을 향한다. 꼬부랑말 이역의 저들은 눈 닿는 곳 무엇이든 낯설고 신기해, 스마트폰을 들어 촘촘히 기록한다. 광장 초입, 장군 동상 앞에 그 옛날 목에 칼 찬 듯, 큰 팻말 세워 꼼짝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잘릴 위기인 줄을, 오래 단식 중인 것을 알지 못해도 찰칵. 그것은 분명 이국적인 풍경이었을 것이다. 문화회관 너른 계단에 보기도 좋게 잘 꾸며 앉고 선 사람들이 비정규직 저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지를 몰라도 일단 찰칵. 이것이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의 거리 문화라고 여기려나. 고궁 담벼락 옆 그 고즈넉한 길을 따라 청와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보이는 알록달록 현수막이, 그 아래 스티로폼 깔고 앉아 노숙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어떤 사연인지를 몰라도 연신 찰칵. 봉황이 나는 분수대에 이르러 거기 일하다 죽은 이의 1주기 맞이 행동을 선포하는 사람들 옆에 서서 셀카를 찰칵. 낯설고도 흥미롭고, 때때로 기이한 여행지의 일상 풍경을 기록한다. 라이브로 중계한다. 먹거리와 볼거리, 또 온갖 것 앞에 케이(K)가 붙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중이란다. 이 풍경이 기자회견과 집회 준비로 늦은 밤 굳은 머리 싸매고 있을 이역의 활동가에게 가 닿아 한 줌 빛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계엄에 맞서 빛의 혁명을 일군 역사의 광장에, 오늘 또 일상을 지키려는 케이(K)-싸움이 분주하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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