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까지 스쿠터로 10분만에 ‘쌩’…대만 반도체 심장 가보니
TSMC·미디어텍·칭화대 등 900곳
서로 걸어서 30분 거리로 밀집 대형
스쿠터 문화 만나 즉각적 협업 정착
남쪽으론 팹 확장, 북쪽은 배후 상권
“압도적 밀집도가 대만 경쟁력 원천”


엔비디아 연례 기술 전시회 ‘GTC 타이베이 2026’가 개막하기 하루 전인 31일 대만 반도체 산업의 ‘심장’이자 ‘대만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신주시 신주과학단지는 스쿠터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로 도로가 분주했다. 이들은 일부 배달 라이더를 제외하면 저마다 서로 다른 사원증을 목에 걸고 책가방을 맨 채 단촐한 차림을 했다. 대부분 현지에서 일하는 반도체 엔지니어들이었다.
TSMC 생산시설들을 걸어다니다보면 휴일에도 블록마다 이런 스쿠터 10대 가까이가 지나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TSMC와 미디어텍을 포함한 신주과학단지 입주기업 대부분이 적게는 수십대, 많게는 수백대 규모의 스쿠터 주차장을 구비했다. 일요일에도 적지 않은 수가 주차돼 휴일을 가리지 않는 이곳의 근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국민 다수가 스쿠터를 즐겨타는 대만 문화가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와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내는 곳이 이곳 신주과학단지다. 신주과학단지는 TSMC와 미디어텍은 물론 노바텍, UMC, ASE, 윈본드, 국립 칭화대, 국립 양밍자오퉁대, 공업기술연구원(ITRI)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패키징·테스트, 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반도체 기업 900여곳, 근무자 17만여 명을 품고 있다. 특히 15㎢(약 454만 평)의 비교적 좁은 부지에 기업·기관이 빽빽히 위치해 있어 높은 밀집도를 자랑한다.
이는 엔지니어들끼리 물리적으로 가까워지게 만들고 결국 현재 대만 특유의 중견·중소기업이 주도하는 협업 구조를 떠받친다. 30년 간 국립양밍자오퉁대 교수로 재직했고 과학기술부 차관 시절 관련 정책을 이끌었던 신주과학단지의 ‘산증인’ 린이빙 중국의과대 석좌교수는 “이곳에서는 기술적 문제가 생겨도 반나절이면 핵심 파트너를 찾아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며 “대만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든 것은 TSMC나 미디어텍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 이런 생태계 자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지가 미디어텍에서 TSMC까지, 다시 TSMC에서 국립양밍자오퉁대와 국립칭화대까지 걸어보니 각각 30분대 시간이 소요됐다. 걷는 동안에도 UMC 같은 수많은 업체 사옥과 현판이 지나갔다. 이곳 엔지니어들은 더 나아가 스쿠터를 애용하며 왕래 시간을 10분대까지 단축시킨다. 기업 본사와 대학은 수도권, 생산시설은 지방에 분산된 한국과는 상반된 풍경이다.


TSMC는 이미 밀집된 이곳에서 신규 첨단 패키징 팹을 대규모로 지으며 시너지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날 직접 가본 신주과학단지 남단의 TSMC F20 팹 공사 부지는 아직 전선이 연결되지 않은 거대한 송전탑과 크레인이 우뚝 서 있었다.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는 건설자재를 실은 화물차가 끊임없이 오가며 흙먼지를 날렸다.
신주과학단지의 인재를 묶어두는 배후 주거·상업단지도 있다. 산업단지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0~20분 정도 올라가면 관신로라는 상권을 중심으로 20층이 넘는 주상복합 건물이 즐비해 있다. 길거리는 나들이와 쇼핑하러 나온 젊은 부부들로 북적였다. 세븐일레븐 편의점까지 교통 요지에 자리잡으며 흡사 한국의 판교나 동탄 신도시를 연상시켰다.
이처럼 대만 정부가 1980년부터 40년 넘게 밀어붙인 신주과학단지 전략은 현재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대만은 설계, 생산, 후공정 등 반도체 3대 공정에서 모두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가진다. 메모리만 빼면 공급망 주도권에서 한국을 압도하는 셈이다. 이에 올해 경제성장률도 한국의 전망치(2.6%)를 크게 앞서는 9.6%로 전망된다.


신주=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신주=이석진 기자 sj@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휘영 “장관 등 인사에는 여러 관점 있을 수도…결과로서 답해야”<전문>
- 트럼프 때문에 일자리 67만개 증발했다…美 곳곳서 곡소리 나오는 이유
- 7월부터 잠들지 않는 외환시장…변동성 우려도
- “알바 자리도 없네” …일·공부 다 포기했다는 영국 청년들
- “이란, 지하 미사일 터널 입구 69개 중 50개 복구”
- 젠슨황·최태원 총집결…K메모리·제조, AI 우군 확보 나선다
- “책 사러 서점 갔다가 깜짝 놀랐다”…한 권에 2만 원 시대 코앞
- 정원오·오세훈 마지막 주말 총력전...“안전 최우선” “부동산 정상화”
- “병역거부자 환영해요” 손 내밀더니…믿고 온 청년에 “그냥 돌아가” 발칵
- AI 반도체 평정한 엔비디아, PC용 칩까지 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