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지금 팔까, 더 살까” 40년 최고참 펀드매니저의 조언
상승장 소외에 잠 못 드는 투자자 위해
‘수익률 281%’ 베테랑이 답해 드려요
[왕개미연구소]
“반도체 주식으로 수익 봤는데, 지금 팔아야 할까.”
“지금이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더 사야 할까.”
“몇 달째 제자리인 종목은 정리하고 반도체로 갈아타야 할까.”
6월 이후 증시를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주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존 보유자들은 ‘지금이 차익 실현 타이밍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뒤늦게 상승 랠리를 지켜본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하나’를 놓고 갈등하는 모습이다.
고민은 끝이 없다. 반도체가 더 갈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오르지 않는 기존 보유 종목을 손절하고 갈아타자니 불안하다. 자칫 꼭지에 올라타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과연 지금 개인 투자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 쇼크까지 한국 증시의 굵직한 변곡점을 40년간 겪어온 베테랑 펀드매니저에게 답을 물었다.
박진환 브이자산운용 대표는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주식 펀드매니저 가운데 최고참(61)이다.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가 운용하는 브이코어셀렉트 펀드는 최근 1년간 281%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11%)을 크게 웃도는 성과다. 고수익 입소문에 큰손 자금이 유입되면서 전체 운용 자산(AUM)은 세 배로 불었다. 작년 말 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출시한 일임 계좌 역시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올해 반도체주 상승세가 가파르다.
“국내 반도체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대비 각각 164%, 258% 오르며 올해 한국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단기간에 큰 수익이 난 만큼 ‘이쯤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적지 않다. 반면 상승 랠리를 지켜보기만 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하나’라는 조바심도 커지고 있다.”
-지금 차익 실현에 나설 때일까.
“아직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5년 91조원에서 2026년 189조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익과 시가총액 괴리는 큰 상태다. 두 회사가 코스피200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4%에 달하지만, 시가총액 비율은 5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쉽게 말해 이익 증가 속도만큼 주가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가는 결국 이익에 수렴한다. 이익 비중과 시총 비율 간의 20%포인트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주가 상승을 통해 메워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은 시장 흐름 역시 실적이 검증된 반도체 대형주로 돈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익은 74%, 시총은 54%…반도체주 덜 올랐다
-1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올해 1분기 실적만 봐도 흐름은 분명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 비율은 코스피200 전체의 56%로, 두 회사의 시가총액 비율(54%)을 이미 넘어섰다.
이는 2026년 연간 기준으로 예상하는 영업이익 비율 74%가 단순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실제 실적을 통해 점차 확인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기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메모리 반도체는 견조한 실적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장기 공급 계약 확대 등으로 과거처럼 업황 변동성에 크게 흔들리는 전통적인 경기 순환주 성격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단기 주가 등락에 흔들려 서둘러 매도하기보다, 앞으로 나타날 실적 개선의 과실을 조금 더 누릴 필요가 있다."
-대만 TSMC도 영업이익과 시가총액 비율이 비슷한가.
“그렇다. 대만 증시는 좋은 비교 사례다. 대만은 한국보다 반도체 대표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은 시장이다. TSMC는 대만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약 42%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갖고 있다. 2위 기업과의 격차도 상당하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봐도 비슷하다. 대만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TSMC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45% 수준이다. 결국 이익 기여도와 시장 평가가 대체로 비슷한 수준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반도체 주식은 언제쯤 파는 게 적당할까.
“하나의 기준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이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의 기업 가치가 마이크론 수준까지 재평가되는 시점을 중장기적인 익절 구간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약 23%, SK하이닉스는 약 46% 정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 가치 격차가 상당 부분 해소될 때까지는 조급하게 차익 실현에 나서기보다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으로 가져가는 전략이 유효하다. 업종 내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제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는 구간까지 인내심 있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반도체 주식이 포트폴리오에 없다면 지금이라도 담아야 할까.
“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 흐름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성장 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단기 급등 이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한 번에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조정이 나올 때마다 중장기 관점에서 선별적으로 비중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기존 보유 주식을 팔고 갈아탈 때는 단순히 ‘내 종목만 안 오르고 저 종목만 오른다’는 이유보다는 투자 아이디어나 시장 환경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게 바뀌었을 때 결정해야 한다."
◇낙폭주 함정 주의... 싸다고 기회 아니다
-반도체 랠리에서 소외돼 하락한 종목은 저가 매수 기회인가.
“최근 시장은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의 흐름이 극명하게 갈리는 ‘극쏠림 장세’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가격이 많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겉보기에 싸 보여도 기업의 펀더멘털이 훼손됐다면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밸류 트랩(Value Trap·가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은 대형주 위주로 수혜가 집중되어 소외주를 더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은 낙폭의 크기보다 앞으로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이익 성장이 가능한 기업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확실한 근거가 없다면 투자 대상에서 과감히 제외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는 무엇인가.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를 완전히 배제한 포트폴리오는 상승장에서도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지금은 안정적인 대형 우량주를 중심축에 두고, 성장성이 높은 종목을 주변에 배치하는 ‘핵심-위성(Core-Satellite)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대형주를 포트폴리오의 60~70%가량 핵심 자산으로 채워 중심을 잡는 것이다. 나머지는 AI 밸류체인과 맞닿아 있는 전력 인프라나 휴머노이드(피지컬 AI) 같은 성장 섹터에 분산해 추가 수익을 노리면 된다.
만약 개별 종목 선택이 부담스럽다면 우량 ETF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장의 구조적 성장 흐름에 올라타면서도 변동성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무리한 베팅보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산을 배분하는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버블 붕괴 징후를 미리 알아챌 수는 없나.
“시장 버블은 대개 예고 없이 찾아온다. 미리 정확한 꼭짓점을 맞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하락이 시작된 뒤에야 지나온 구간이 버블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반도체 업종에서의 고점 징후는 설비 투자(CAPEX)가 수요를 초과하고 고객사 재고가 쌓여 제품 평균 판매 단가(ASP)가 하락할 때 나타난다고 본다.
하지만 투자의 핵심은 고점을 예측하기보다 시장 과열 신호를 점검하고 철저한 손절매 원칙을 통해 살아남는 것이다.
손실 허용 범위를 미리 정해 두고 손절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큰 수익은 꼭지를 맞힌 사람이 아니라,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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