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새 기준, AI시티]①유시티ㆍ스마트시티 넘어 AI시티로…‘자율형 도시’ 시대 열린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운영체계(OS)처럼 움직이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국내 도시 개발 패러다임도 유시티(U City)와 스마트시티(Smart City)를 지나 이제는 AI시티(AI City)로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이다. 과거 도시가 정보와 시설을 ‘연결’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도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율형 도시’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도시 진화의 출발점은 지난 2000년대 후반 등장한 유시티다. 당시에는 CCTV와 통신망, 지능형교통체계(ITS) 등을 하나로 연결해 도시 관리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세종시와 송도국제도시 등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적극 도입되며 ‘연결도시’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데이터가 공공망 안에 갇혀 있는 데다 서비스도 분절돼 있다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후 2010년대 후반 들어 스마트시티 시대가 열렸다. 데이터 허브와 통합 플랫폼을 기반으로 교통ㆍ에너지ㆍ안전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자율주행ㆍ스마트그리드ㆍ디지털트윈 같은 신기술이 도시 운영에 본격 적용됐다. 유시티가 ‘연결’에 머물렀다면 스마트시티는 데이터를 ‘통합’하고, 도시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단계로 진화한 셈이다. 다만 기능별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완전히 결합되기보다는 여러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 위에 얹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부상하는 AI시티는 기존 스마트시티와 아예 결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도시의 ‘두뇌’가 생긴다는 점이다. 스마트시티에서는 사람이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AI시티에서는 도시지능센터를 중심으로 AI가 실시간 데이터를 학습ㆍ분석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까지 맡는다. 교통 흐름을 자동 조정하고, 전력 사용량을 예측해 에너지를 배분하며, 재난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대응하는 식이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AI플랫폼처럼 작동하는 구조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데이터 체계의 변화다. AI시티는 사람이 읽기 위한 단순 공공데이터를 넘어, AI가 즉시 학습ㆍ연산할 수 있는 머신리더블 데이터(Machine Readable Data)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데이터 간 관계를 이해하는 온톨로지(Ontology) 구조까지 결합되면서 도시의 교통ㆍ안전ㆍ환경ㆍ에너지 시스템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된다. 결국 AI시티는 도시 인프라 자체를 ‘생각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개념에 가깝다.
시민의 역할 역시 달라진다. 유시티 시대 시민이 행정 서비스를 제공받는 수동적 이용자였다면, 스마트시티에서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참여자로 변화했다. AI시티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과 AI가 함께 도시를 운영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시민은 AI 에이전트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생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받고, 동시에 AI 의사결정 과정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공동 운영자’ 역할까지 맡게 된다.
시장에서는 AI시티를 단순한 스마트시티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지 않는다. 도시의 작동 원리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평가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시티와 스마트시티를 거치면서 도시를 연결하고 통합했다면, AI시티는 도시에 스스로 판단하는 지능을 부여하는 단계”라며 “AI시티 경쟁력이 곧 국가와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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