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CDI, 대변 이식으로 치료 악순환 끊는다”

정광성 기자 2026. 6. 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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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성모병원, 다양한 이식 노하우로 환자 선별·시술·사후관리 체계화
권태근 교수 “적합한 환자라면 90% 이상 치료 효과”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항생제나 항암제 치료 이후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증(CDI)이 고령 입원환자의 건강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대변 이식을 통해 환자의 삶을 치유하고 있는 의사가 있어 주목된다.

의학신문은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권태근 교수<사진>와의 인터뷰를 통해 CDI 환자 치료에서 대변 이식이 갖는 의미와 환자 선별 기준, 경험 기반 진료체계, 국내 대변은행 인프라의 과제를 살펴봤다.

CDI, 항생제 치료 후 장내 미생물 균형 무너지며 발생

대변 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환자에게 전달해 무너진 장내 환경을 회복시키는 치료다. 최근에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장내 세균 치료'라는 표현도 사용된다.

대표적인 적응증은 CDI다. 일반적인 장염이 오염된 음식이나 사람 간 전파 등으로 발생한다면 CDI는 항생제나 항암제 치료 이후 장내 유익균까지 감소하면서 디피실균이 과도하게 증식해 생겨난다. 

치료 후 2개월 이내 재발률이 약 20%에 달하고 한 차례 재발한 환자는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40~50%까지 높아질 수 있으며 특히 고령 입원환자나 뇌졸중 등 기저질환으로 관급식에 의존하는 환자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권 교수는 "CDI는 쉽게 말하면 항생제를 사용한 이후 발생하는 장염"이라며 "국내에서는 외래환자보다 입원환자에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적합한 환자라면 90% 이상 치료 효과

대변 이식은 적절한 CDI 환자에게 시행하면 90% 이상에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권태근 교수는 "10~20일 동안 설사가 지속되던 환자가 대변 이식을 받고 2~3일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며 "쇼크가 발생해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치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든 장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내 미생물과 관련한 연구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질환에서 대변 이식이 시도되고 있지만 CDI만큼 뚜렷한 효과를 보인 질환은 제한적이다.

권 교수는 "시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대변 이식을 시행해도 되는지 시행한다면 어떤 경로로 투여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장마비나 장폐색이 있는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에 따르면 대변 이식은 대장내시경이나 관장 등을 통한 하부 위장관 투여와 위내시경, 캡슐 등을 활용한 상부 위장관 투여로 나뉜다. 시술 시간은 통상 30~50분 정도지만 시술 이후 구토나 발열, 흡인성 폐렴 발생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대변이식 대장내시경을 시행중인 권태근 교수 / 사진제공= 부천성모병원

관련 전문가 전국 10명도 안 돼…경험 기반 치료체계 구축

이처럼 세심한 치료가 필요 하지만 CDI 대변 이식은 환자 수가 많지 않고 수익성이 높은 분야도 아니어서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료진은 전국에 1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근 교수는 국내에서 대변 이식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부터 치료를 시작해 쌓아온 약 80례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 시술에 그치지 않고 대변검사와 내시경검사를 통해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고 상태에 맞춰 투여 경로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사후관리까지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부천성모병원으로 타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어려운 CDI 환자의 전원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

권 교수는 "시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대변 이식을 시행해도 되는지 어떤 경로로 투여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진단과 샘플 확보, 사후관리까지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증자 선별 통과율 약 10%…대변은행 유지 필요

아울러 그는 대변이식을 국내에서 이어가기 위해 안전한 대변샘플을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과거에는 의료기관이 직접 기증자를 선별했지만 최근에는 대변은행에서 검증을 거친 냉동 대변을 공급받아 활용하고 있다.

대변 기증자가 통과해야 하는 선별검사 항목은 약 100개에 달한다. 혈액검사와 대변검사를 모두 진행하며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면 검사 항목도 추가된다. 실제 기증자 가운데 최종적으로 통과하는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대변이식용 대변 / 사진제공= 부천성모병원

문제는 까다로운 선별 과정과 높은 비용으로 인해 민간 대변은행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변샘플 비용은 약 200만 원으로 환자가 직접 부담하지만 다수의 기증자가 선별 과정에서 탈락해 운영 부담이 크다.

권 교수는 "현재 운영되는 민간 대변은행마저 사업을 중단하면 치료 기반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민간 연구자의 사명감에만 의존하기보다 최소한의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공 부문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권태근 교수는 환자들에게 대변 이식이 적합한 환자에게 매우 효과가 좋은 치료법인 만큼 생소하다는 이유로 필요한 치료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권 교수는 "소화기내과 의사는 환자를 다시 밥 먹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난치성 장염과 설사로 식사하지 못하던 환자가 식사를하고 정상적으로 대변을 볼 수 있게 됐을 때 가장 큰 보람"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대변 이식은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는 아니지만, 적합한 환자를 선별해 시행하면 효과가 매우 좋다"며 "생소하다는 이유로 필요한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