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파업’ 화물연대 조합원 물건만 안받는 편의점들···“개인 강제 못해” 손놓은 CU

김태희 기자 2026. 6. 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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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직후 98개 CU점포 배송거부
17곳 여전히 “화물연대 물건 안 받을 것”
BGF리테일, “점주 개별 의사표시 강제 못해”
경기 평택과 안성 등의 일부 CU 점포 앞에 화물연대 조합원의 배송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제공

‘점주를 위협하는 화물연대노조 기사와는 함께 일할 수 없다.’

화물연대 조합원 A씨는 이달 초 경기 평택의 한 CU 편의점에 배송하러 갔다가 점포 입구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설마 하는 마음에 점포 안으로 들어가니 점주는 “물건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점포 10곳 중 5곳에서 같은 이유로 배송을 거부당했다. A씨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까 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CU 일부 점포 점주들이 파업에 참여한 화물노동자들을 상대로 배송을 거부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BGF리테일은 “개인의 판단을 강제할 수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31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파업이 종료된 직후인 지난 1일 기준 경기도에서는 총 98곳 CU 점포에서 화물연대 노동자 배송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기준 화성·평택·안성 등 17개 점포에선 여전히 배송을 거부하고 있다.

배송 거부는 화물 노동자들의 업무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 물류 기사들은 통상 물류센터로 나가 물건을 받은 뒤 지정된 점포 10곳가량을 돌며 배송한다. 점주가 배송을 거부할 경우 싣고 나간 물건을 그대로 다시 가져와야 한다.

배송 거부가 반복되자 특정 점포에 화물연대 조합원을 배치하지 않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기존 점포가 아닌 다른 곳을 할당받게 된 조합원은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시간이 1~2시간가량 더 늘어나는 조합원도 생기고 있다. 서래정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편의점지부장은 “배송을 거부하는 점주들이 원하는 그림이 결국 이런 상황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화물연대 조합원 개인을 겨냥한 과도한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평택의 한 점주는 최근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 B씨에게 “1900만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안성의 한 점포는 화물연대 노동자 C씨 차량에 화물연대를 비판하는 스티커를 무단으로 붙이고, C씨 얼굴 등을 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상에 유포하기도 했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는 지난 12일 BGF리테일(CU편의점 운영사)에 공문을 보내 “BGF리테일은 점주들에 대한 관리·감독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점주들의 탄압 행위에 대해 아무런 제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기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BGF리테일은 그러나 노조에 “점주분들의 개별 의사표현에 대해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라며 “법률적 수위를 넘어서는 행위를 개개인의 별도 사업자인 점주들에게 할 경우 당사가 그동안 노력해 온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상생 노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회신했다.

장정훈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본부장은 “CU 가맹계약서를 보면 점주는 본사의 경영 통제 사항에 성실히 따를 의무와 부당한 수령 거부 등을 감시하고 시정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점주들의 노조 탄압을 묵인해 조합원의 정당한 노동권을 무력화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파업 이후 점주들이 입은 피해를 지원하면서 서로 이해해 달라는 안내문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점주들의 마음을 다 바꿀 수는 없는 부분”이라며 “어떻게든 점주들에게 이해해달라는 협조는 계속 구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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