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거인의 그림자

EBN산업경제 2026. 6.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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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환 유진투자증권 매크로분석실장 
▶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매크로분석실장.

반도체주의 랠리는 강력하다 못해 두렵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3사 시가총액은 모두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는 미국 빅테크보다 반도체주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그런데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

이들 업체들의 주가가 4월 이후 급등했지만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PER은 6~10배 수준에 불과하다.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 Mag7 업체들의 PER이 20~30배인 것과 격차가 크다. 

좋은데도 불안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았던 랠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주가 상승은 닷컴버블만큼 가파르다. S&P500 대비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상대강도는 닷컴버블 당시를 훨씬 웃돈다. 국내 반도체 업종 주가도 닷컴버블 이후 가장 강력한 랠리 중이다. 어느새 모든 기준이 닷컴버블이 되어 버렸다.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주가가 멈출 요인을 찾기 어렵다. 올해 반도체 영업이익이 코스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이 지난해 6월 25%에서 5월말 54%까지 확대됐다. 이익 비중 확대 속도가 가파르지만, 이익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이익 기준으로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영향력이 더 늘어도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반도체가 쏘아 올린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 논란은 사회적인 측면과 더불어 주식시장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예컨대 올해 시가총액 비중이 늘어난 산업은 IT하드웨어가 유일하다. 반도체 업종 비중이 혼자 확대된 탓이다.

올해 삼성전기 등 극소수 업체들을 제외한 다른 업종들로는 코스피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올해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들의 영업이익도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도체 이익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팔라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이익 비중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가 블랙홀처럼 전부 삼켜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이익 비중이 덜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산업이 비철, 호텔레저, 디스플레이, 미디어, IT하드웨어, 에너지 정도다.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그림자가 짙다. 코스피가 8000선을 웃돌고 있는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4200선에 불과하다. 2025년 이후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의 주가 부진은 올해 더 심해지고 있다.

쏠림은 건강하지는 않다. 하지만 쏠림 자체가 주가 정점이거나, 악재는 아니다. 강세장 중후반부 기존 주도주 쏠림은 흔했다. 예컨대 99~00년에도 대형주, 반도체주 강세는 상당 기간 이어진 바 있다.

이러한 쏠림이 반전될 조짐도 찾기 어렵다. 코스피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PER은 8.1배로 매우 낮다 (역사적 9~11배).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 12개월 예상 PER은 11배로 계산된다. 코로나19 이후 평균이 10.4배다. 반도체 대비 그외 업종들의 이익 모멘텀이나 저평가 매력이 높지 않다.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순환이 잘 이루어지기가 어려운 이유다. 

가장 소외 현상이 심한 것이 제약바이오와 코스닥 시장이다. 코스닥시장은 반도체 이외 수출이 좋아지거나, 수출보다 내수 투자 모멘텀이 강해질 때 상대적으로 강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내수 경기도 점차 개선되겠으나, 아직은 반도체 수출 모멘텀을 대신할 동력을 찾기 어렵다. 즉 반도체 업종이 쉬어야, 바이오와 코스닥시장이 숨을 쉴 것으로 보인다. 거인의 그림자를 벗어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6월 증시는 5월보다는 차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4~5월 동안 주가가 반도체 등 소수 종목들을 위주로 급등한데 따른 부담이 있다. 반면 각국 통화정책은 6월 깃점으로 긴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6월 12일에는 Space X 상장도 대형주 수급 입장에서는 불확실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반도체와 ESS 등 외 안정적인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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