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불안한 전세 시장이 부동산 매매가격까지 들쑤실까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2026. 6. 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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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매·전세·월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요즘 전세 시장이 심상치 않다. 매물은 귀하고, 가격은 가파르게 오른다. 한동안 시장의 관심은 불안정한 매매 시장이었으나, 요즘은 전세 시장이다. 전세 시장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과 직접 맞물린다. 서민의 삶에는 매매 중심의 시장 안정보다 오히려 임대차 중심의 주거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 시장의 이 같은 불안이 향후 매매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세 시장 문제의 핵심은 매물 품귀

전세 시장 불안의 본질은 ‘가격’이 아닌 ‘매물 실종’에 있다. KB국민은행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2.2로, 전 고점인 2022년 7월(104.8)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5개 광역시 역시 고점 회복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 때문에 통계만 보면, 지금 상황을 고점을 향한 완만한 회복 과정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현장의 신호는 전혀 다른데,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월 18일 기준, 1만6926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2만6317건)과 비교하면 35.6% 급감한 것이다.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권 행사가 늘어난 데다 주택 구입자의 실거주 의무 요건까지 강화되면서 유통 매물이 씨가 마른 탓이다.

시세 통계와 매물 지표 중 어느 쪽에 주목해야 할까. 지금은 후행하는 시세보다 현장의 매물 실종이 가져올 휘발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 시세 통계는 과거 수치를 집계하는 후행 지표일 뿐이다. 시장 변화의 전조는 가격이 아니라 수급의 균열에서 시작된다. 통계 수치만 믿고 시장을 방심하는 것은 자칫 ‘룸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격’이 될 수 있다.

중저가 주택, 불안의 연결 고리

지역별 흐름을 보면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 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매매, 전세, 월세가 일제히 오르는 ‘3중 강세’ 현상이 독보적이다. KB 통계 기준, 올해 들어 4월까지 서울 강북 14개 구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3.4%로, 강남 11개 구(2.04%)를 크게 웃돈다. 특히 강북구(5.53%)와 성북구(4.72%)의 상승세가 매섭다.

전세 불안은 즉각 월세 시장으로 번졌다. 같은 기간 강북 14개 구의 월세 상승률은 3.8%로, 역시 강남 11개 구(2.8%)를 넘는다. 임대차 시장의 동반 강세 속에 매매가격도 동조화됐다. 4월까지 강북 14개 구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4.96%를 기록, 강남 11개 구(4.5%)를 앞질렀다. 전세에서 월세, 다시 매매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은 주택 시장이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매매와 전세, 월세는 독립된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다. 매매와 전세가 형제지간이라면, 매매와 월세는 팔촌지간쯤 된다. 전세 시스템이 공고한 한국 구조에서 월세 시세는 대개 전세를 거쳐 형성된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이율을 의미하는 전월세 전환율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월세 시장은 주거 서비스의 공급과 소비라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공생 파트너다. 전세 시장이 가격 신호를 보내면 월세 시장이 응답하고, 그 응답이 다시 매매 시장의 기대를 자극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일수록 이러한 연결 구조가 한층 뚜렷하다는 점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자본이득(시세 차익) 중심으로 움직이는 강남권 주택 시장과는 체질부터 다르다. 강남권은 투자 수요가 많아 시장 간 전이가 완만하다. 반면 비강남권은 실거주 수요 중심이어서 매매와 임대차 시장이 즉각적이고 민감하다.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고스란히 매매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한쪽이 오르면 다른 한쪽이 보조를 맞추는 강한 ‘동행 관계’ 를 형성한다. 서민층 주거 밀집 지역일수록 전월세 시장이 불안하면 매매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국지적 매매가 자극 가능성

시장에선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일부 매수 전환 수요가 발생하고 있지만, 매매가격을 본격적으로 밀어 올릴 신호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 통상 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매매가격을 자극한다는 통설이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의 평균 전세가 비율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4월 현재 KB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50.1%다. 7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10년 전(2016년) 상황과는 다르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강북권은 양상이 다르다. 중랑구나 금천구 등은 이미 60%를 웃돈다. 4월 기준, 경기도(66.8%)나 인천(68.7%) 등 수도권 역시 상당히 높다. 전체 시장은 아닐지라도, 국지적으로는 전세 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릴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중저가 주택 시장에서 시작된 전세발 충격이 서울 고가 지역으로 퍼져 나갈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흥미로운 대목은 매매 시장이 안정되더라도 전세 시장은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가능성이다. 전세가율이 높다면 매매가격 하락이 전세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가율이 낮아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전셋값이 홀로 상승하는 ‘엇박자’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매매 시장은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며 임대료가 오르는 부작용이 생긴다. 가구 수 대비 주택 수가 부족해 공급자의 힘이 센 서울 지역에선 특히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행 관계다. 단기적으로는 서로의 힘을 깎아 먹거나 반대로 밀어내는 ‘역방향의 시소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당분간 강북 상대적 강세 이어질 듯

강남과 비(非)강남 아파트의 차별화 장세는 좀 더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읽힌다. 4월 실거래가 잠정지수 조사 결과, 서울 전체는 전월 대비 0.36% 하락했다. 반면 노원·성북·동대문구 등이 포함된 동북권은 0.15% 상승했다. 용산구가 포함된 도심권(-3.81%), 강남 3구가 있는 동남권(-1.10%)과 서북권(-0.49%), 서남권(-0.32%)이 모두 내림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매물 잠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가 대책을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최근 비거주 1주택의 ‘세 낀 거래(갭투자)’를 허용한 데 이어, 임대 사업자 양도세 혜택 축소, 비거주 고가 1주택자의 장기 보유 특별 공제(장특공제) 축소도 시행할 수 있다. 이런 추가 대책은 7월 하순 세법 개정안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에 공급 신호를 조기에 보내기 위해 6·3 지방선거 직후 정책 방향을 미리 공개할 수도 있다.

이러한 규제 완화나 강화 대책은 대체로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인 강남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보유세 압박을 가하면 고가 주택을 가졌으나 현금 흐름이 막힌 ‘캐시 푸어’ 고령층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반면 비강남 중저가 주택을 노리는 젊은 층 수요는 고가 주택 장특공제나 보유세 강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안정적인 급여 소득이 있는 데다, 이들이 주목하는 집값은 보유세를 걱정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세제라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요자의 처지와 태도에 따라 시장에 투영되는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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