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조건 이미 94% 충족" 한국에, 美 "균형 찾아야"... 전작권 온도 차
안규백 "내일 전환해도 큰 문제 없다"
'단검' 발언 브런슨 "작전 환경 설명"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 노출이 누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한미 국방장관이 각각 '전작권 조기 전환'과 '조건부 전환'을 강조하면서다.
헤그세스, 조기 전환 시도에 신중 입장
이날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연설 뒤 가진 질의응답에서 전작권 전환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그리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이 문제를 많이 논의했다고 소개하며 "동맹국이 더 빨리,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동시에 그는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미군의 작전 계획과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간 지녀 온 책임이 존중되는 지점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이라는 큰 방향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한미가 공히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기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안 장관은 다음 날인 31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취재진에게 미 상·하원 대표단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의 전작권 조기 전환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아무 어려움이 없다는 취지와 내용을 풍성하게 미 의원들에 전달했다"며 "한미 양국이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가 이미 충족됐다고 합의한 것을 비롯해, 우리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도 소개했다.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 중인데, 구체적인 조건 충족률 수치를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작권 조기 전환에 대한 정부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미국은 '동맹현대화' 기조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꾀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기존 '대북 억제력 발휘'에서 '중국 견제'로 이동시키는 대신 한국이 대북 방어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작권을 한국에 넘겨야 한다는 데는 미국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양국은 전환 시기를 둘러싸고 이견을 표출해왔다. 안 장관은 지난달 26일에도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며 조기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달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선 안 된다"면서 조기 전환을 시도하는 한국 정부 움직임을 견제했다.
브런슨 "작전 환경 설명하려던 것"

이날 샹그릴라 대화에선 최근 '한국은 단검(dagger)'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브런슨 사령관의 해명도 나왔다. 해당 발언이 '미국의 공식 입장이냐, 미 국방부의 승인을 받은 것이냐'는 청중 질문에 브런슨 사령관은 발언 기회를 얻어 "우리가 처한 작전 환경을 설명하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동쪽을 위로 놓은 지도'를 언급하며 "관점을 바꿔야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지 고려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미 육군 전쟁대학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그들의 동부 해안에서 봤을 때 한국은 아시아 중심에 위치한 단검이고, 일본은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막는 방패"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엔 한국의 지리적 위치에 대해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고정 항공모함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전진기지일 수 있다는 미국의 전략적 관점을 소개한 것이지만, 동맹국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 발언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발언과 관련, "한미 간 구체적 협의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을 인지하고 있으며 한미 간 제반 현안에 대해 각급에서 소통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브런슨 사령관 발언에 대해 사실상 유감의 뜻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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