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도 없어서 못 산다…"생존 걸려" 재생e 확보 '발등에 불'

#. 국내 대기업 A사는 지난해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에너지 PPA(전력구매계약)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확대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들이 수년전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요구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이 요구가 한층 거세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해당 품목 점유율 1위를 유지해온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 B사(중견기업)도 2024년 유럽 완성차 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부족할 경우 입찰 참여가 제한된다는 공문을 받고 부랴부랴 재생에너지 PPA 확보에 나섰다.

이보다 앞선 2010년대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보와 공급망 탈탄소에 나섰다. MS는 이미 2013년 텍사스에서 110메가와트(MW) 규모 육상풍력 발전 PPA를 체결했고, 애플은 2010년대 후반부터 저탄소 알루미늄 도입을 확대하며 공급망 탈탄소화를 추진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사회적 책임과 2010년대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란 명칭으로 본격화한 자본시장의 압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선제적 움직임의 기저에 탄소배출 규제가 본격적인 무역 장벽으로 작동할 때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이들 글로벌 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공급망에 들어가 있어, 탄소감축을 요구하는 구조 변화가 우리 수출 산업에 전방위적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유럽·중국 등 해외 사업장 재생에너지 확보를 거의 마쳤으나 전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3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정작 주력 생산기지가 위치한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이 매우 제한적인 탓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의 '국내 재생에너지 현황 및 정책 과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6%로 국제에너지기구(IEA) 평균(33%)은 물론 일본(24%)에도 뒤처져있다. 발전설비 기준으로도 약 35GW(기가와트) 규모의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MS 한 기업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체결한 재생에너지 계약 물량(약 40GW)보다 적다.
제한적인 물량을 두고 기업들이 경쟁하는 추세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수단 중 하나인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은 2021년 3만원대에서 2025년 7만원 수준까지 뛰었다. 태양광 기준 PPA 계약가격은 PPA 도입 초기 킬로와트아워(kWh)당 140원대에서 지난해 180원대로 급등했다.
2024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기점으로 대기업들까지 PPA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재생에너지 초과 수요세가 한층 심화됐다. 한 재생에너지 공급 기업 관계자는 "고객사들, 특히 유럽 기업들이 2025년부터 고객사에 재생에너지 사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2023년경(공사기간 감안)부터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스코프3(Scope3·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 탄소배출)를 관리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 협력사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 기업들이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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