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다' 안세영, 19년 만에 대기록 주인공 우뚝...두통·고열 속 극적 승리 "태극기 덕분에"

신인섭 기자 2026. 6. 1.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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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배드민턴협회

[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이 지독한 고열과 컨디션 난조를 이겨내고 싱가포르 오픈 정상에 우뚝 섰다.

안세영은 31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칼랑의 싱가포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싱가포르 오픈(슈퍼 750)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를 세트 스코어 2-1(21-11, 17-21, 21-19)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야마구치는 안세영과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직전 태국 오픈에서 중국의 천위페이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왕즈이(2위) 등 강호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최상의 폼으로 결승에 올랐다.

반면 안세영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준결승에서 천위페이를 꺾을 당시 경기 중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경기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던 안세영은 "두통과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해 우려를 자아냈다.

▲ ⓒ대한배드민턴협회

결승전 초반 안세영은 고열 여파로 몸이 무거워 보였고 판단력도 흐려지며 2-5 리드를 내줬다. 하지만 이내 집중력을 되찾아 노련하게 야마구치의 실책을 유도했고, 상대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1세트를 21-11로 손쉽게 선점했다. 기세를 몰아 2세트 초반 5-1까지 달아났으나, 야마구치의 매서운 반격에 밀려 12-12 동점을 허용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기습 공격을 잇달아 허용한 안세영은 결국 2세트를 17-21로 내주며 승부를 파이널 세트로 넘겼다.

마지막 3세트는 그야말로 처절한 혈투였다. 무려 6번의 리드 체인지가 반복되는 시소게임 속에서 체력이 방전된 안세영은 코트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서브 미스까지 겹치며 스코어는 16-19, 3점 차까지 벌어져 패색이 짙어졌다. 하지만 벼랑 끝의 순간 세계 1위의 DNA가 깨어났다. 안세영은 무서운 집중력으로 순식간에 19-19 동점을 만든 뒤 20-19로 전세를 뒤집었고, 마지막 극적인 득점을 꽂아 넣으며 21-19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 ⓒ대한배드민턴협회

이로써 안세영은 커리어 통산 세 번째 싱가포르 오픈 우승을 달성했다. 2023시즌과 2024시즌 연속 정상에 올랐던 안세영은 지난해 천위페이에게 넘겨줬던 타이틀을 1년 만에 다시 찾아오며 자존심을 세웠다. 이로써 이번 우승으로 안세영은 19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싱가포르 오픈 여자 단식에서 세 차례 우승을 거둔 유일한 선수로 기록됐다.

아울러 올해에만 말레이시아 오픈, 인도 오픈, 아시아선수권, 우버컵에 이어 시즌 5번째 국제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안세영 시대'가 건재함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증명했다.

싱가포르 매체 'Lianhe zaobao'가 공개한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2세트에서는 너무 조급하게 끝내고 싶었지만, 3세트에서는 차분하게 한 점씩 따내며 경기를 운영한 결과 좋은 승점을 얻었다"고 말했다.

▲ ⓒ대한배드민턴협회

컨디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안세영은 "컨디션이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대회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기쁘다. 다리 근육이 좀 뻐근해서 하루 이틀 정도 쉬면서 회복 상태를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후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벅찬 우승 소감을 전했다. 안세영은 "오늘 경기도 쉽지 않았지만 야마구치 선수와 경기하는 것은 언제나 재밌고 앞으로의 맞대결도 기대된다"며 상대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이어 "많은 관중 사이에서 태극기가 보일 때마다 자부심을 느꼈고,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라며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동시에 감독, 코칭스태프, 지원 요원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싱가포르에서 정상 탈환에 성공한 안세영은 6월 2일부터 시작되는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안세영은 "남은 기간 회복을 잘해서 다음 시합에서도 좋은 컨디션으로 기쁜 결과를 가져오겠다"며 "인도네시아 팬들의 열정도 만만치 않다던데 기대하겠다"는 유쾌한 포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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