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쓴’ 이영지 [배우근의 롤리팝]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말이 있다.
오이가 익은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면 마치 오이를 따는 것같이 보이고, 오얏(자두)이 익은 나무 아래서 손을 들어 관을 고쳐 쓰면 오얏을 따는 것같이 보인다는 것.
즉 오이밭에선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으로 ‘의도가 없더라도 오해를 살 행동은 피하라’는 교훈이다.
래퍼 이영지가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붉게 물든 머리, 붉은색 옷을 입은 게시물을 올렸다가 정치색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자 이영지는 하루만에 SNS를 통해 사과문을 황급히 올렸다.

그는 “어제(30일) 너무 시의성 없는 스토리 업로드해서 많이 놀라셨죠. 많은 분들이 DM으로 일러주셔서 죄송한 마음에 어떻게든 수습해 보고자 빨리 염색이라도 하고 오느라 해명이 늦었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붉은색 머리를 검은색으로 다시 염색한 모습이 담겼다.
이어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 걸 분명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앞서서 마구잡이로 최근 근황 사진을 올리는 데에 여념이 없었던 것 같다”며 “무지했다는 비겁한 변명 뒤에 숨지 않고 반성하며 배우겠다. 경솔한 행동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전날 시작됐다.
이영지는 “머리색 예쁘지”라는 글과 함께 붉은색으로 염색한 헤어스타일을 공개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붉은 머리에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코르티스의 ‘REDRED’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6·3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기간과 맞물리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정치적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이영지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민감한 시기에 ‘관을 고쳐쓰며 오얏을 딴 셈’이다.
이영지는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다.
이영지의 실제 정치 성향이 무엇인지는 알려진 바 없다. 설령 특정 정치 성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선택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다만 대중문화 스타는 일반인과 다르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SNS에서 선거를 앞둔 시기에 붉은 머리, 붉은 의상, ‘REDRED’라는 음악까지 동시에 등장하면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또는 붉은색을 과시하며, 스스로의 정치색을 드러낸 것일수도 있다. 속내가 어떻든 그 게시물로 인해 맹폭을 당하자 재빨리 ‘흑발’로 수습에 나섰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연예인이 내란과 연계하며 축소된 극우·보수지지자로 커밍아웃하는 건 여러 측면에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지했다”는 이영지의 해명을 온전히 신뢰한다면, 결과적으로 이번 논란은 정치 성향이 아니라 사회적 감수성 문제로 귀결한다. 선거 국면이라는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이영지는 게시물을 올렸고, 그 결과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했다는 결말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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