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장에 1500만원 들자 “300만원 내고 입관·발인만 할게요”

김병권 기자 2026. 6. 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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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빈소 상주 늘어... 사망자 늘어나는데, 문닫는 장례식장·상조회사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연화장의 야외 벽면에 설치된 봉안 시설 /고운호 기자

5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모친상을 치렀다. 이씨의 직장 동료와 친구들은 며칠이 지나서야 모친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씨가 부고를 내지 않았고 조문객을 맞는 빈소를 차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른바 ‘무(無)빈소 장례’를 통해 1500만원가량 드는 장례 비용을 300만원으로 줄였다고 한다. 이씨는 “장례식을 크게 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유지도 있었다”며 “조문객이 없었던 것만 빼면 여느 장례와 비슷해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최근 장례식장과 상조 회사가 줄줄이 폐업하는 등 장례업이 오그라들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장례 비용이 5년 전보다 25%가량 오른 데다, 점점 간소한 장례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국민 인식이 바뀌면서 장례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21년 1107개였던 전국 장례식장 수는 2025년 1075개로 4년 만에 32개가 줄었다. 최근 수년간 경영난을 겪은 예식장들이 장례식장으로 전환한 경우가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장례식장 업황이 하강세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매년 장례식장이 새로 생겨났음에도 폐업한 장례식장이 더 많았단 뜻이다. 상조 회사도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163개였던 상조 회사는 올해 1분기 76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그래픽=이철원

사망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사망자 수는 36만3389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2년(37만2939명)을 제외하면 연간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였다. 사망자 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장례 업종이 위축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최근 무빈소 장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빈소를 차리지 않고 장례를 치르는 무빈소 장례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무빈소 장례는 전체 장례의 15% 수준인데 서울 등 수도권은 20% 정도”라고 했다.

최근엔 무빈소 장례를 전문으로 하는 상조 회사도 등장했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한 상조 업체는 무빈소 장례를 원하는 고객과 장례식장을 연결해 입관실·안치실 정도를 빌리는 일과 화장 일정 등을 도와준다고 한다. 이 상조 업체 대표 최규호씨는 “무빈소 장례를 문의하는 고객이 1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늘었다”며 “장례 비용 때문에 무빈소 장례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고 3일장을 치르면 보통 1500만원 안팎이 든다. 서울은 어지간한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려도 20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엔 장례식장과 안치실 이용료와 식음료 접대비, 인건비 등이 반영된다. 업계 관계자는 “5년 전과 비교하면 300만원 정도 오른 가격”이라고 했다. 반면 무빈소 장례는 300만원 정도면 치를 수 있다. 무빈소 장례는 통상 2일장으로 치르는 경우가 많은데 장례식장 안치실·입관실 사용료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례에 대한 국민 인식도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무빈소 장례는 불필요한 비용과 수고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장례 문화”라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관혼상제가 간소하게 치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장례식을 축소해도 된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라고 했다.

무빈소 장례 등이 확산하면 장례식장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장례식장 주요 수입은 빈소 사용료와 식음료 비용 등에서 발생하는데, 무빈소 장례에선 이러한 수입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북 지역의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무빈소 장례가 늘고 예전만큼 조문객도 많지 않아 수입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30%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1인 가구 증가로 유족이 주관하는 3일장 등 전통 장례가 줄어드는 것과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도 장례식장 폐업 원인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 수는 2020년 664만3354가구에서 2024년 804만4948가구로 4년 새 21% 증가했다.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지난 2017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다.

장례 업종 위축세는 인구 구조를 감안하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는 2015년 12.8%에서 지난해 20.3%로 증가한 반면, 이들을 부양해야 할 15~64세 인구 구성비는 같은 기간 73.4%에서 69.5%로 3.9%포인트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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