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투표 안하면 권력 남용하는 자에 기회”… 野 “국민 갈라치기”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사전 투표를 하면서 투표지를 노출했다는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X에 이틀 연속 글을 올려 투표를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투표 포기는 국민을 속이고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이 말이 불편한 정치 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구태 기득권자”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는 메시지”라며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한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본투표일 사흘 전인 31일 새벽 X에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라며 “정치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썼다. “훌륭한 사람들이 스스로 통치하기를 거부할 때 받는 가장 큰 벌은 자기보다 못한 자들에게 통치당하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선출된 공직자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지옥이 될 수도, 천국이 될 수도 있다”며 “투표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선출된 그들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충직한 머슴이 될지, 세상을 파괴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악성 지배자가 될지는 주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했다. 투표 독려를 넘어 전 정권과 야당을 겨냥한 작심 비판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30일 아침에도 X에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나와 가족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고,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고 썼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나서서 선거판이 불리해지자 국민을 갈라치려는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31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은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걷어찬 지 오래”라며 “사전투표 사흘 전까지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노골적으로 민주당 선거운동을 했다”고 했다. 또 “투표장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들고 나와 흔들었다. 내가 찍은 후보 찍으라는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렇게 막 나가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투표해서 이재명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며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 악성 지배자가 도대체 누구인가?”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투표지 노출 논란에 대한 공세도 이어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사전 투표 첫날인 지난 29일 사전 투표를 했는데,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 들어간 뒤 다시 나와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관을 찾았다. 투표지를 접지 않고 들고 있는 상태였다. 이 대통령은 “이게 동그랗게 완전하게 안 찍히고 이런 식으로 반만 찍혔는데 괜찮나요”라고 물었다. 관리관이 “보여주시면 안 된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리 와보세요. 상관없으니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게 이렇게밖에 안 찍혀서, 괜찮냐고요. 무효가 되거나 그러진 않아요? 반밖에 안 찍혀서”라고 다시 물었다. 관리관이 “괜찮습니다”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기표소로 돌아가 기표한 뒤 나와서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30일 이 대통령과 선관위 관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선거법 167조 3항에는 “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할 수 없으며,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로 한다”고 돼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은 투표지를 공개했고 선관위 관리관은 이를 유효처리해 선거법 위반”이라며 “관리관은 형법상 직무유기로도 고발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선거 막판 위기감 속에 감행한 기획형 공개 투표”라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 밖으로 나와 기표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선거법상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은 대통령 행보 하나하나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흠집을 내보려는 집착이 도를 넘었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논란을 억지로 조장하는 행태야말로 무책임한 정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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