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잠실 덮친 팅커벨… 곤충 습격 9월까지 계속

“하얀 눈이 내리는 줄 알았는데 벌레였다.” “떡볶이에 벌레가 고명처럼 떨어졌다.”
지난 29일 야간 경기가 펼쳐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대형 조명탑에 불이 들어오자 이른바 ‘팅커벨’로 불리는 수천 마리의 동양하루살이 떼가 몰려들었다. 관중들은 연신 달려드는 벌레를 손으로 쫓아냈고, 들고 있던 음식과 음료 안으로도 벌레가 비처럼 쏟아져 들어갔다. 중계 화면에 잡힌 선수들 유니폼에도 벌레가 붙어 있었다.
최근 동양하루살이 떼가 이처럼 대거 출몰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가을부터 올봄까지 8~9개월 동안 한강 등에서 생존하며 몸집을 키우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성충이 돼 물 밖으로 나온 개체들이다. 잠실야구장은 한강·탄천과 가까운 데다, 야간 경기 때 밝은 조명탑을 켜기 때문에 빛을 좋아하는 동양하루살이가 달려드는 주요 장소가 되고 있다.
올해는 이른 더위로 이런 ‘곤충의 습격’이 잦아질 전망이다. 3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국립생태원 등에 따르면, 9월까지 여러 종류의 곤충이 대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이상고온 현상으로 예년보다 유충들이 자라는 속도가 빨라지고, 성충이 되는 비율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곤충은 기온과 수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변온동물’이다.

그 첫 주자가 동양하루살이였다. 동양하루살이는 성충이 되면 입이 퇴화해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진 않지만, 시각적 혐오감과 불쾌감을 준다. 5~6월에 이어 8~9월에도 출몰해 한 해 두 번의 대발생이 일어나는 벌레다. 서울 도심에 동양하루살이가 많아진 것은 역설적으로 한강 수질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동양하루살이의 유충은 모기 유충과 달리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살 수 있다. 한강의 수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유충이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며 개체 수도 점차 늘어났고, 올봄 이상고온과 맞물리며 대발생이 일어난 것이다.
6~7월에는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의 대발생이 예고됐다. 붉은등우단털파리는 2022년 서울 은평구 일대와 북한산 등 수도권 서북부에서 출몰하기 시작해 현재 수도권 일대로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국내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중국 산둥반도 쪽에서 건너왔을 가능성이 유력한데, 점차 서쪽에서 동쪽으로 확산하면서 이제는 경기 북부 지역까지 퍼진 것으로 분석된다. 겨울이 점차 따뜻해지면서 월동에 성공한 유충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한여름인 7~8월엔 해충인 ‘매미나방’이 대규모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미나방은 산과 도심 가로수에 출현해 나뭇잎을 통째로 갉아 먹는다. 애벌레의 몸에 난 미세한 털에 독성 성분이 있고, 성충의 날개 가루가 사람의 피부에 닿으면 심한 가려움증과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매미나방 역시 겨울에 알이 얼어 죽지 않아 생존율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9~10월엔 외래종 해충인 ‘미국선녀벌레’가 가을철 농작물과 도심 가로수에 대발생해 즙액을 빨아먹고 그을음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선녀벌레는 국내에 천적이 없어서 개체 수가 쉽게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이런 곤충 대발생이 늘어난 것은 온난화로 인해 각종 유충이 성장하는 속도가 천적이 잡아먹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이 꼽힌다.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생태계의 완충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작년에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이 하나도 없었던 탓에 유충들이 자연적으로 쓸려 내려가거나 걸러지는 과정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친환경 방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동양하루살이의 경우 도심의 야간 조명을 벌레가 선호하지 않는 특수 노란색 LED 등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밝은 빛으로 벌레를 유인한 뒤 물을 뿌려 날개를 적셔 떨어뜨리는 부유식 트랩도 한강에 띄우고 있다. 붉은등우단털파리의 경우, 기후부가 모기 유충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토양 박테리아를 출몰 예상 지역에 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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