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들, 세계가 열광할 ‘장소’ 찾아 한국에 몰린다
K스타들 앞세워 북촌 등서 쇼 열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퐁피두 센터 한화’. 4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일반 관람객에게 문을 열지 않은 이곳에 화려한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들어섰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샤넬이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를 열었기 때문. ‘개관전’을 맞아 전시된 파블로 피카소·조르주 브라크 등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앞에서 런웨이(패션쇼)가 펼쳐졌다. 샤넬 앰버서더인 틸다 스윈턴·지드래곤·제니·김고은·고윤정·박서준 등 국내외 스타들이 대거 모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샤넬은 쇼를 앞두고 향후 5년간 프랑스 퐁피두 센터의 각종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는 협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서울을 찾고 있다. 앞다퉈 신제품 론칭 쇼 등을 선보이면서, 서울에서 ‘핫(hot)’한 장소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기존 쇼에 등장하지 않았던 공간이나, 젊은 층이 열광하는 장소, 제품에 의미를 더하는 공간 등을 택하기 위해 전담팀까지 가동되고 있다. 경쟁사에 맞서 화제를 모으기 위한 선전포고이자, ‘선점’ 포고인 셈이다.
K팝·K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한국 스타들이 세계 무대를 누비면서 입소문(바이럴)이 특히 잘 터지는 시장이라는 점이 한국을 더욱 매력적인 무대로 만든다. 샤넬 공식 인스타그램은 이번 행사에서 제니·지드래곤·틸다 스윈튼이 담긴 게시물로 약 79만개의 ‘좋아요’를 모았고, 제니 개인 계정의 행사 사진은 1000만개 넘는 ‘좋아요’를 기록 중이다.
이런 행사는 상업 브랜드에 공간 노출을 허락하지 않은 ‘비경(祕境)’일수록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 2023년 루이비통의 서울 잠수교 쇼와 구찌의 경복궁 쇼도 같은 맥락. 루이비통 잠수교 쇼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중계되면서 2억 뷰 이상의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유명 건축가들의 손길이 담긴 공간도 빠지지 않는다. 샤넬은 2015년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가 설계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크루즈 쇼를 열었고, 이번 퐁피두 센터 한화의 경우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와 국내 간삼건축이 설계 파트너로 참여했다. 최근엔 건축·공간 기획 전문 기업 스트락스(STRX)가 서울 논현동에 선보인 스트락스 하우스(STRX 하우스)도 서울에서 주목받고 있다. 철골과 검은 벽돌로 ‘네오 브루탈리즘’ 미감을 살리고 지하와 지상층을 뚫어놓아 대형 설치 전시를 선보일 수 있는 공간. 올 초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위블로가 BTS 멤버 정국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표하며 ‘스트락스 하우스’는 해외 팬들이 성지처럼 찾는 ‘핫플’이 됐다. 또 다른 스위스 브랜드 브레게도 최근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스트락스 하우스를 무대로 찾았다. 브레게 측은 “제품 디자인의 비대칭·오픈워크(속이 드러나는) 구조적 특징을 부각할 수 있는 건축적인 미감의 장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서울 북촌의 예술 공간 ‘푸투라 서울’도 2024년 문을 연 뒤 빠르게 명품 업계 행사의 단골 무대로 떠올랐다. 지난해 불가리에 이어 최근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의 글로벌 론칭식이 이곳에서 열렸다. 한옥마을이 국내외 Z세대 핫플로 부상한 흐름과 맞물려, 한옥 속 모던한 전시 공간이라는 점이 인기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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