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랜드' 김성훈 감독 "다음 생엔 박보영 아빠로… " [인터뷰]
주연 박보영을 향한 극찬 "훌륭하고 좋은 배우"

김성훈 감독이 '골드랜드'를 향한 남다른 애정과 함께 작품에 담고 싶었던 욕망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주연인 박보영을 향해 "좋은 배우라는 말로도 부족하다"고 극찬하며 욕망이라는 본능을 집요하게 파고든 연기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김성훈 감독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와 관련된 다양한 비하인드와 연출 의도를 전했다.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의 1,500억 금괴를 손에 넣은 희주(박보영)가 탐욕과 배신이 뒤엉킨 아수라장 속에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금빛 욕망 생존 스릴러다. 박보영을 비롯해 김성철, 이현욱, 김희원, 문정희, 이광수 등이 출연했으며 총 10부작으로 구성됐다.
이날 김 감독은 "모든 작품이 그렇듯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배우들이 기존과는 다른 표현 방식을 요구받았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며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해주셨다"면서 작업을 거치며 가졌던 우려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했다.
극중 희주(박보영)는 평범한 세관원에서 하루아침에 1,500억이라는 거대한 욕망의 중심에 서게 되며 점차 변모해 가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희주의 선택이 곧 이야기의 중심 메시지이자 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김 감독은 "현장 분위기가 좋으면 오히려 부담감이 생긴다. 희주의 얼굴이 점점 변해가는 걸 보면서 긴장감과 부담감이 컸다"며 "작품이 끝난 뒤 이렇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기분은 처음 느낀다. 아직도 다음 작품을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계속 '골드랜드'를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품의 핵심 키워드로 '욕망'을 꼽았다. 단순한 사이다 전개보다 욕망이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과정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요즘은 다들 사이다 같은 전개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 대한 숙고는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며 "그래서 욕망이 사람 안에서 어떻게 자라고 변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고민 끝에 '골드랜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희주는 전형적인 주인공이 아니다. 회차를 거듭하고 여러 갈등 속에서도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지만 그러한 지점이 현실과 맞닿은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실제로 인간들이 명분과 이유를 만들면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꼬짚으며 "그게 오히려 우리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장면은 마지막 배 위에서 희주가 엄마의 유골함을 보고 오열하는 신이었다. 그는 "그 장면이야말로 이 작품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장면"이라며 "그 장면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하던 대로 거액의 돈을 손에 넣었지만 결국 엄마의 죽음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희주의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던 김 감독의 고심이 담긴 장면이다. 김 감독은 엔딩 장면을 두고 "욕망을 따라간 인간의 내면을 그린 것"이라며 "그 장면을 위해 드라마치고는 굉장히 긴 시간을 들였다. 첫 테이크였는데 박보영 배우가 정말 희주 그 자체였다"고 극찬했다.
박보영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좋은 배우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정말 훌륭한 배우"라며 "권위 의식도 없고 저보다 훨씬 철이 든 사람이다. 이번 작품을 하며 배우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처음 느꼈다"라고 유쾌하게 언급했다. 김 감독은 "여성 리딩 캐릭터로서 내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보여줘야 했고, 슬로우 번 스타일의 시리즈라 배우 입장에서도 두려움이 많았을 텐데 끝까지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다시 태어나면 박보영 아빠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골드랜드'는 돈, 금이 주 소재이지만 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주제는 단순히 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김 감독은 "희주는 욕망에 취약한 인물이길 바랐다. 마음이라는 게 어떻게 먹어지는지 궁금했다"며 "사람은 돈뿐 아니라 관계와 감정 앞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기와 진만 캐릭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우기는 어린 시절 곁에 있었던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 큰 인물"이라며 "그게 사랑인지조차 모른 채 그저 누군가와 한편이라는 사실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또 "진만은 욕망의 수레바퀴 끝자락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선택을 이어가는 인물"이라며 "좋고 나쁨의 문제보다 어떤 인간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광수 캐스팅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이광수 배우에게서 시작되는 연기를 꼭 보여주고 싶었다"며 "진짜 나쁜 사람은 굳이 과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무섭다. 우스꽝스럽지만 충분히 공포스러운 인물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수씨와는 말보다 행동으로 관계를 쌓아온 느낌"이라며 "이번 작업이 생각보다 너무 행복했다. 대본을 보여주기 전부터 이미 이광수를 떠올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골드랜드'는 제가 가진 취향과 역량을 최대한 담아낸 작품"이라며 "카메라 워킹, 미술, 조명, 색감, 음악까지 무엇 하나 그냥 지나가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악기 하나를 고르는 데도 오랜 시간 테스트를 했다. 결국 '골드랜드'는 제가 생각하는 엔터테인먼트를 보여드린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쉬움 역시 남는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하고 싶은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다르다.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느낀다"면서도 "다만 현장에서 제가 소름 끼쳤던 장면들이 관객들에게도 조금은 전달됐다는 점은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외신의 호평은 김 감독의 노력을 헛되지 않게 느끼게 하는 지점이 됐단다. 김 감독은 외신의 '네오리얼리즘적 시도'라는 평가를 언급하면서 "저는 공간의 비율과 스케일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인물이 공간을 견디고 이겨내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등장인물의 뒷모습과 각도 하나까지 굉장히 신경 썼는데 그런 부분을 봐주셔서 감사했다"며 "사실 아무도 몰라주면 어떡하나 고민하기도 했다"고 웃어 보였다.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시즌2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아니지만 끝나지 않는 감정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희주가 조금 더 많은 걸 누린 뒤 우기가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욕망은 계속 바뀌는 것 같다"며 "저는 만드는 사람이기 전에 시청자이자 관객이다. 요즘은 제가 볼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공감받고 싶다. 마음을 나누고 싶은 욕망이 크다"고 말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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