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 고지대 적응·변형전술 합격…부상 빼면 완벽했다

황민국 기자 2026. 5. 3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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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혁 빌드업+카스트로프 압박
홍명보 감독 새로운 실험 주효
유연해진 스리백 안정감 되찾아
조규성이 31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프로보 I연합뉴스

부상만 아니었다면 완벽에 가까운 모의고사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에서 손흥민과 조규성(이상 2골), 황희찬(울버햄흐턴)이 모두 골을 넣으면서 5-0 대승을 신고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2위의 약체라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손흥민과 조규성이 지난해 11월 볼리비아전 이후 반 년 만의 골을 터뜨리면서 기세를 올렸다. 두 선수 모두 올해 골 가뭄에 고민했던 터라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기대치도 끌어 올렸다. 월드컵의 키 포인트인 고지대 적응과 월드컵을 대비한 실험이 모두 들어맞은 것도 반갑다.

■고지대 적응 OK

이날 경기가 열린 프로보는 해발 1387m로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르는 멕시코 과달라하라(1571m)의 고지대와 큰 차이가 없다. 고지대는 공기 밀도가 낮아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부족해 쉽게 지친다.

선수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뛸 수 있느냐가 관심을 모았는데 지난 19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이기혁(강원)과 이동경(울산)이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어느 정도 고지대 적응의 확신을 줬다. 이기혁은 “다른 선수들보다 1주 먼저 소집돼 고지대 적응은 자신이 있었지만 후반에는 다소 체력의 부침이 있었다. 이 부분을 더 신경써야 월드컵에서 잘할 수 있다”고 웃었다.

후반 21분 교체 아웃된 손흥민도 “(북중미 챔피언스컵에서) 더 높은 곳에도 다녀와서 그런지 괜찮았다. 선수들도 전반적으로 괜찮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왜 “고지대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이젠 고비를 넘겼다”고 자신한 이유다.

■이기혁·카스트로프 실험도 합격점

홍 감독이 준비한 실험도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왼발잡이 수비수인 이기혁은 스리백에서 왼쪽 스토퍼로 선발 출전해 기존 선수들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기혁은 적극적으로 올라가면서 빌드업을 주도했고, 반대편을 겨냥한 롱패스로 답답했던 경기 흐름까지 바꿨다. 손흥민의 선제골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기혁의 패스로 상대 수비가 흔들린 덕분이었다.

원래 미드필더인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를 왼쪽 측면 수비수로 쓰면서 공격적으로 기용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카스트로프는 소속팀에서 측면 수비수로 뛸 때 안쪽을 파고들면서 골을 노린다. 이날 경기에서도 골이 나오지 않았을 뿐 전반과 후반에 한 번씩 상대 의표를 찌르는 날카로운 슈팅이 나왔다.

■스리백과 변형 포백의 매끄러운 변화

월드컵을 위해 준비한 스리백도 어느 정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상대가 공격을 주도한 시간이 짧았지만 이한범(미트윌란)의 빠른 발로 몇 차례 위기를 잘 극복했다. 후반 들어선 양 측면 수비수가 윙어처럼 올라가는 대신 수비수들이 포백처럼 바뀌는 변형 전술도 매끄러웠다. 공격으로 한정된 상황에서 나오는 전술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상대 공격 숫자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확신을 남겼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판단에 따라 미드필더가 수비로 내려오면 포백이 된다”면서 “우리가 포백과 스리백을 병행한 이유였다. 오늘 경기에선 준비한 것이 잘 됐다”고 말했다.

■조유민·배준호 부상은 옥에 티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지만 조유민(샤르자)과 배준호(스토크시티)의 부상은 옥에 티였다. 스리백의 한 축이었던 조유민이 후반 9분 상대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조유민은 부상을 확신해 교체를 요청했고, 박진섭(저장)과 교체됐다. 5분 뒤에는 배준호도 상대 수비수의 거친 백태클에 쓰러졌다. 배준호 역시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홍 감독은 “배준호는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조유민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유민의 동갑내기 친구인 황인범(페예노르트)도 “월드컵을 앞두고 다친 유민이의 마음을 차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프로보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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