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 안 입는 옷이 1평 차지”…MZ ‘비우기’ 열풍 [다시 사는 사람들]
옷장 정리에서 가구·가전까지
집 전체로 번지는 ‘비우기’ 열풍
성수 플리마켓부터 노들섬 축제까지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리커머스
“사는 사람보다 비우는 사람이 중요”
![[유튜브]](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1/mk/20260601083009099fsfr.png)
2030세대에게 공간은 곧 자원이다. 서울 원룸 1평의 월세를 환산하면 수만원. 안 쓰는 물건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매달 돈을 흘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이 중고거래를 시작하는 이유는 ‘돈이 되니까’만이 아니다. ‘공간이 되니까’다.
거래 패턴도 흥미롭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연간 데이터를 보면 중고 거래가 가장 활발한 시간대는 오후 8시에서 11시, 요일은 월요일이다. 주말 동안 옷장을 뒤지고 사진을 찍고 월요일 퇴근 후 올린다.
가장 거래가 많은 달은 10월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며 옷장을 정리하는 시즌이다. ‘비우기’가 계절을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생활 루틴이 된 셈이다.
비우기는 한 번 시작하면 집 전체로 번진다고 한다. 올해 1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유아동·출산 카테고리는 72.6% 급증했고, 가구·인테리어도 34.2%, 가전제품도 26.1% 늘었다. 아이가 크면서 필요 없어진 유모차, 이사하면서 빼야 하는 책장 등 옷장에서 시작된 정리가 집 전체의 공간 순환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번개장터에 새 주인을 찾아 등록된 물건은 3900만개로 매달 평균 837만명이 이 물건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간이 비면 삶이 달라진다. 널브러져 있던 거실이 요가 공간이 되고 쌓여 있던 베란다가 작은 서재가 된다. 2030세대에게 ‘비운다’는 건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좁은 집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행위로 통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비우기가 이제는 축제가 되고 있다.
오프라인은 아예 축제로 격상됐다. 2023년 성수에서 시작한 ‘번개 플리마켓 페스티벌’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거쳐 2025년 서울 노들섬까지 확장됐다. 지난해에만 7만1000명이 찾았고 2만9000개의 물건이 새 주인을 만났다. 누적 참여자는 10만명, 순환된 물건은 5만건 이상이다. 패션부터 디지털·아웃도어·취미·리빙까지 카테고리가 뒤섞이면서 중고거래가 앱 안의 1대1 거래를 넘어 직접 보고 만지고 고르는 라이프스타일 축제가 됐다.
이 흐름은 글로벌하다. 미국 중고 명품 플랫폼 ‘더 리얼리얼’의 2025 리세일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에서 구매된 의류의 약 3분의 1이 중고품이었고, 소비자의 58%는 중고 시장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47%는 새 물건을 살 때부터 “나중에 얼마에 되팔 수 있을까”를 먼저 따진다고 했다. 비우고, 사고, 다시 비우는 순환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리커머스 산업협회(GRIC)의 이신애 협회장은 “리커머스의 진짜 성장 동력은 ‘사는 사람’이 아니라 ‘비우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며 “물건을 순환시키는 셀러가 늘어날수록 시장의 공급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바이어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비우는 문화가 곧 리커머스 생태계의 체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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