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카타르 120억$ 현금지급 거부로 전략 차질”…美와 MOU 버티기는 계속
“카타르 억류자산 120억$ 전액 현금해제 요구”
“카타르, 직접송금 거부…필수재 구매 신용으로”
“이란에 제한없는 유동성 접근, 美 강력 반대해”
유동성 先확보 막힌 이란, 반정부시위 우려 기류
트럼프, 종전MOU 초안대비 강화한 요구 회신도
이란 협상대표 갈리바프 의장, ‘강경파 달래기’
“권리확보 확신 전 합의승인 안한다” 의회연설
이란의 대미 협상 고위대표단이 지난주 중 카타르 도하를 찾아 이란 동결자산 절반인 120억달러(약 18조원) 즉시 현금지급을 요구했지만 끝내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지도부는 60일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후(後) 핵협상 논의를 골자로 하는 미국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기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와중에 서방 제재 해제, 동결자산 회수를 노렸지만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이란 신정(神政)체제 저항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30일(현지시간) ‘협상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의 도하 방문은 테헤란에 큰 외교적 타격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미국과의 초기 MOU 체결 시 120억달러 전액 현금으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해제할 것을 테헤란(이란 지도부)이 강력히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카타르 정부 관리들은 이를 거부하고 엄격한 조건 하에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하기로 합의했단 게 소식통 전언이다. 협상에 참여한 카타르 관계자에 따르면 도하(카타르 지도부)는 이란에 작금을 직접 송금하거나 현금 형태로 넘기길 거부했고, 대신 해당 자금을 이란이 카타르로부터 필수 재화와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데에만 사용할 수 있는 ‘신용’ 형태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대미 협상단장을 맡고 있는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회담하기 위해 이란에서 카타르 도하로 향하는 항공편에 오르고 있다. [이란 메흐르 통신 보도사진]](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1/dt/20260601062517045uzoy.png)
이란인터내셔널은 “이같은 제한은 이란에 직접적이고 무제한적인 유동성 접근을 허용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나온 것”이라며 “워싱턴은 막대한 현금이 직접 유입되면 이란 정부가 밀린 공무원 급여를 지급하고, 군사장비나 기타 물자를 해외에서 조달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지역 긴장이 극도로 높은 시기에 경제적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스스로 “앞서 테헤란이 ‘카타르에 억류된 120억달러를 무조건적 해제’하는 것을, 이란이 어떤 예비적 외교적 합의(종전 MOU 지칭)로 나아가거나 제안된 기본 협정에 서명하기 전 반드시 지켜야 할 ‘비타협적 전제조건’이라고 내세웠다고 보도했다”며 이란 측 의도가 관철되지 않았음을 상기했다.
또 “갈리바프 의장은 이번 카타르 방문에서 이란의 심각한 국내 경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유동성 지원을 명시적 요청했지만 카타르의 역제안은 이란이 해당 자본을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사실상 봉쇄해 미국과 협상에서 테헤란이 세우던 전략에 타격을 가한 셈”이라며 “테헤란은 현금 직접 접근대신 이제 제한된 신용 한도를 카타르 시장 내 필수품 구매에만 사용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문제로 인해 지역 정전과 전략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목표로 하는 미국과의 광범위하고 매우 민감한 협상이 탈선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상 당사자(이란-카타르) 모두가 이번 금융갈등(재정 이견)의 구체적 내용을 엄격히 기밀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11일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열렸던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현장. [타스=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1/dt/20260601062518436juzg.png)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미 동부시간) 이란 당국자들과 아랍권 중재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현재 협상에서 심각한 경제난을 완화할 금융·원유 제재 해제, 핵 프로그램 관련해 미국에 굴복했단 인상을 주지 않는 것 2가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특히 서방 제재로 동결된 약 1000억달러 규모 자산 중 일부를 되찾고 국제 원유시장에 복귀하는 걸 핵심 목표로 보고 있다.
이란 군부 중심의 강경파와 달리 행정부 주축의 실용주의 세력은 경제난이 더 악화할 경우 지난 1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갈리바프 의장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CBI) 총재와 함께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를 방문했다. 현지에선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논했단 보도가 나왔다.
갈리바프 의장의 도하행(行)을 알린 준관영 메흐르·타스님 통신 등은 동결된 이란 자산 일부를 해제받기 위한 방문이며 “(회담에서) 진전이 이뤄졌다”고 힘을 싣는 보도를 했으나, 이란인터내셔널의 후속 보도대로라면 실제 카타르와 회담에서 현금 유동성 확보엔 실패한 셈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MOU 초안 수정안을 이란 측에 회신하면서 우라늄비축량 축소 등 핵물질 처리방식 강화, 호르무즈 해협 통행권 보장, 장기적인 비핵화 등 더욱 엄격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3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IB 방송 등에 따르면 갈리바프 의장은 이날 이란 제12대 의회 3년차 개회연설에서 “외교란 전장의 병사들은 적의 말과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기준은 우리가 반드시 획득해야 할 구체적 성과이며 그것에 상응해서만 우리가 의무를 수행(약속을 이행)할 것이다. 우리가 이란 국민의 권리를 확보했다고 확신하기 전까진 어떤 합의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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