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의 엄마' 이해인 수녀 "사랑하는 데도 지혜가 필요해"
"'민들레의 영토'…표현 설익었지만, 새로운 소녀 만난 느낌"
"현대인들 '나부터, 지금부터, 여기부터' 노력해야"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안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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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넓어져라 깊어져라 순해져라" 50년 동안 위로의 시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온 이해인 수녀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이해인/수녀·시인 : 안녕하세요. 부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앵커]
감사합니다. 초대해 주셔서. 수녀님 계시는 부산의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 왔는데요. 지금 여기서 생활하신 지가 몇 년이 된 거죠?
[이해인/수녀·시인 : 62년? 62년, 60년 넘었어요.]
[앵커]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해인/수녀·시인 : 세상에 낯선 사람이 별로 없고 다 이렇게 내 일가친척 가족 같은 생각이 드는 이게 또 60년의 수도 생활이 준 선물 같아요. 낯선 사람이 아무도 없는. 모든 방문객들 다 이렇게 가족같이 느껴지고 이런 거.]
[앵커]
그렇게 살고 싶네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모두가 낯설지 않고, 가족같이 느껴지는 삶은 참 잘 산 삶이 아닐까.
[이해인/수녀·시인 :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나한테 닉네임을 붙여줄 때 국민이모 수녀님 이렇게 해주면 '국민'자가 들어가는 게 다른 거는 부끄러울 수 있지만 국민 이모, 시의 엄마 이런 말들이 이 나이에는 80대 들어선 이 노년에는 좀 들어도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
[앵커]
그리고 올해는 첫 시집인 '민들레의 영토'가 나온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한데요. 50년 전에 처음 쓰셨던 시들을 지금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이해인/수녀·시인 : 정확하게 세어보진 않았지만 한 50년 동안 쓴 시들이 이렇게 계산을 해보면 천 편이 넘더라고요. 그런데 그 천 편 넘는 시 중에서도 '민들레의 영토' 50년 전에 쓴 시를 다시 보면 굉장히 어떤 풋풋한 첫사랑의 애인을 만나는 것 같은 어떤 그런 표현 문학적인 표현은 좀 설익었을지 몰라도 그 마음은 굉장히 순수하고 착한 수녀로 살아야 되겠다는 갈망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런 표현들이 있어 갖고 예 좀 그런 새로운 새로운 소녀를 만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앵커]
지금 다시 읽어보니까 유독 더 새롭게 다가왔던 시가 있는지?
[이해인/수녀·시인 : 그 '맑은 종소리에'라는 시가 있거든요. 그게 좀 와닿는 것 같아요.]
[앵커]
한 번 낭송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해인/수녀·시인 : '맑은 종소리에' 맑은 종소리에 풀잎도 크는 수녀원 안뜰에서 생각하는 새 이슬 내린 잔디밭 남몰래 산책하다 고운 님 보고 싶어 애태우는 맘 찔레꽃 하얗게 울음 토하는 생각의 뒷산으로 가고 싶은 새. 새벽마다 해와 함께 바다를 품는다. 1975년도에 쓴 글인데 '새벽마다 해와 함께 바다를 품는다' 이 끝 구절이 저에게 많이 와닿습니다. 광안리 바다를 품으면서 이렇게 살아온 60년의 세월이 참 감회가 깊게 다가옵니다. 네.]
[앵커]
그리고 지금 여기에는 수녀님의 시들이 탄생한 '해인 글방'도 저기에 보이는데요. 독자들이 써준 편지도 많고 수녀님 사진 옛날 사진들도 있고 선물들도 많이 있는 것 같고.
[이해인/수녀·시인 : 네. 선물방 같은 역할을 했죠. 기프트 샵 같은 역할을. {그러게요. 역사적인 곳이네요.} 많은 사람들에게 편지에 답장도 해주고 또 방문객들한테 위로도 해주고 그런 역할을 삼십 몇 년 하다가 저 건물도 많이 낡고 그래서 이제 그 재건축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이제 지금 같은 형태의 교실 형태의 해인 글방은 없어지고 정리하는 단계거든요. 지금. 그래서 아쉽기도 하고 저 추억의 공간이 사라지니까 그런 게 있어요.]
[앵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에게 '넓어져라 깊어져라 순해져라'를 말해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의미로 다가오던가요?
[이해인/수녀·시인 : 노년이 되면 육체적인 또 아픔도 오고 여러 가지 자기가 원치 않아도 약점 이렇게 극복해야 될 약점과 결점 이런 게 또 눈에 보이기 때문에 스스로 많이 인내가 필요하고 또 내가 한 생을 마무리하면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이를 사랑했습니다.' 이렇게 고백하기 위해서는 정말 이렇게 욕심부리지 말고 이렇게 작별하는 연습을, 이별하는 연습도 미리 해야 되는 것이 노년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요. 네.]
[앵커]
수녀님은 어떨 때 가장 행복하세요?
[이해인/수녀·시인 : 내가 어떤 그 사소한 어떤 그 누구를 기쁘게 하려는 노력을 했을 때 그 사람이 막 기대 이상으로 막 더 확 기쁜 표현, 기뻐하고 감사하고 이럴 때 내가 '아 나의 그 작은 노력이 이 사람에게 기쁘게 했구나' 내가 그 약간의 그 기쁨 천사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을 때 그때 좀 행복한 거 같아요.]
[앵커]
상대를 기쁘게 해주려면 어떻게 하세요 수녀님은?
[이해인/수녀·시인 : 공부를 해야 돼요. 공부를. 그 사람의 관심사와 같은 아주 사소한 거라도 그 사람의 어떤 그거 취미나 이런 걸 알아 가지고 '아 이거를 주면 그 사람이 기뻐하겠지?' 그냥 막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연구를 해서 기도를 해보고 선물도 이렇게 식별해서 지혜롭게. 사랑하는 데도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됐어요.]
[앵커]
사인을 하나 하셔도 꽃 그림도 그려주시고 색연필 여러 가지 해주시고.
[이해인/수녀·시인 : 내가 워낙 악필이기 때문에 커버하기 위해서 이렇게 꽃 붙이고 스티커 붙인 건 있어 감추기 위해서, {그 사실은 또 처음 알았네요.} 그러니까 꽃 붙이고 막 스티커 붙이고 하니까 그 커버가 되니까 거기에 이제 집중하게 되니까.
[앵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 거 같습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수녀님께서는.
[이해인/수녀·시인 : 요즘 보면은 사실 내가 내 마음을 좀 돌보고 내 마음 내가 나랑 친해질 시간이 좀 부족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내 마음의 날씨와 상태를 체크해 가지고 하면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며칠에 한 번이라도 기록을 해서 보면서 마음을 이렇게 점검하고 그리고 남이 나에게 해주길 바라게 되잖아. 자꾸만. 그 불평도 하게 돼. 그때 남이 나에게 해주길 원하는 걸 내가 먼저 그 사람 해주면 어떨까 그러면 또 좀 삶이 기뻐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부터 지금부터 여기부터' 그런 노력을 해야 되겠다.]
[앵커]
나부터 지금부터 여기부터. 그러게요 수녀님 말씀 듣고 생각해보니까 마음이 힘들 때 일기나 몇 줄이라도 쓰면 막 비 내리는 환경이 비가 사라지진 않아도 우산을 쓴 것 같은 정도의 기분은 들 수 있는.
[이해인/수녀·시인 : 그래서 결심을 좋은 결심을 하다 보면은 그대로 실천 못하더라도 약간 노력하게 된다니까요. '아 내가 진짜 이런 마음이었는데 나도 여기 이렇게 좀 따라가야지' 이런 마음이 그래서 끊임없이 좋은 글을 마주하고 책도 많이 읽고 그래서 내 마음을 이렇게 마음 수련이라고 할까 그런 게 좀 옛날보다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너무나 우리가 바쁘게 살기 때문에.]
[앵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시고 기쁨을 선물해 주시는 수녀님도 언제나 기쁨 충만한 삶이기를 항상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이해인/수녀·시인 : 예. 감사합니다.]
[앵커]
네.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이해인/수녀·시인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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