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주식 비중 높인 연기금…큰 변동성은 리스크
반도체 쏠림·고환율 등 구조적 문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현행 14.9%에서 20.8%로 늘리기로 했다. 이미 국내 주식 비중이 20.8%를 넘긴 상황에서 기계적인 수익 실현보다는 비중을 조정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170조 원에 달하는 매물 압력은 사라져 증시가 단기 폭락할 위험은 감소했다. 그러나 국내 주식 비중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반도체와 AI 위주의 특정 섹터 편중으로 증시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변동성에 대처할 방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스스로가 장기적인 분산 투자 원칙을 허물어 버림으로써 잠재적인 리스크를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8일 제5차 회의를 열고, 2026년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5.9%포인트(p)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산군별 목표비중 현실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조정안은 1월부터 이어온 리밸런싱 유예가 종료되는 6월 말부터 적용된다. 기금위는 또 시장 변동성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주식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SAA 허용 범위인 목표 비중 대비 ±3%p에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 범위 2%p를 반영하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 최대치는 25.8%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긍정론이 나온다. 지난 29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3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1526조 원으로 전년 말 대비 68조 원 증가했으며, 분기 수익률은 4.42%로 잠정 집계됐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증시 수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섹터로 몰리면서 불균형이 심화된다. 반도체 업황이 무너지면 국민연금 역시 치명적인 손실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위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어서 외국인 투자자의 지속적인 매도세도 우려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1~29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4조7150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월간 기준 순매도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민연금의 이번 국내 증시 비중 확대를 정치적인 결정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정부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수 방어의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증시 상승이 이재명 정부의 상징자산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선거 이후 연기금이 대량 매도를 통해 차익 실현에 나서면 증시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려는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뒤집어보면, 급격하게 팔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본격적인 자산 인출 국면에 들어선다면 국내 증시에 구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커졌다. 또한 비중을 가득 채운 국민연금은 증시 폭락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산’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분산 투자가 제 1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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