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 생이별 부모 찾아주오”

신심범 기자 2026. 5. 3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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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앞둔 집단수용시설 특별법, 실제 피해자들 의견 경청회 열려
지난 30일 부산 동아대에서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의 존엄한 삶을 위한 배·보상 법안 의견 경청회’가 열리고 있다. 신심범 기자


- 가족관계 정정 규정 필요성 언급
- 제주 4·3특별법에도 명문화 돼

“내일 모레 일흔이 됩니다. 부모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나는 모릅니다. 부모한테서 태어났지만, (시설에 감금·수용된 탓에)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주민등록증을 받아 살았습니다. 국가가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자녀 둘에게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없다’고 밖에 말하지 못해왔습니다. 앞으로는 (가족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건지요.”

집단수용시설 피해자 A 씨의 말이다. 그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지난 30일 부산 동아대에서 열린 집단수용시설 피해 배·보상 법안 의견 경청회에 참석했다. 집단수용시설 피해 회복을 다룬 특별법이 정식 입법을 앞두면서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모으고자 마련된 자리다. 당사자들로 구성된 위원회와 이들을 돕는 지원단, 시민사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나온 여러 물음 중에서도 ‘호적’ 문제는 참석자 대부분의 귀를 끌어당겼다. 피해자 상당수는 고아이거나 어린 나이에 수용돼 부모와 생이별했다. 이런 사정에 진짜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시설장 성씨를 쓰거나 어릴 적 별명에서 이름을 짓는 등 자신의 혈연적 뿌리와는 무관한 호적을 내야 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집단수용시설 관련 특별법은 3개다. 이들 법안은 전국에 산재한 집단수용시설 일반을 다룬다. 형제복지원 등 개별 시설 단위의 피해를 다룬 기존 법안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집단수용시설 내 인권 침해는 ‘나쁜 시설’의 문제이기에 앞서 국가 차원의 정책적 폭력이었다는 주장(국제신문 2024년 7월 2일 자 1면 등 보도)이 받아들여진 영향이다.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배·보상의 행정 절차화’와 ‘피해 추모’를 골격으로 삼는다. 피해 사실이 입증되면 별도 소송 없이 신속히 배상되도록 하고, 공익재단 등을 설립해 추모·기념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상금 신탁·임시지급 같은 재산 탕진 보호장치도 뒀다. 다만 가족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도록 지원하는 규정은 어느 법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손석주 부산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는 “전국 시설 피해자를 대상으로 DNA 조사라도 진행해 부모를 찾아보자는 주장도 해봤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부분도 법안에 담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 4·3사건 특별법은 가족 관계 정정 규정을 담은 좋은 선례다. 이날 법안 설명을 맡은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제주 4·3 특별법은 법원의 가족 관계 정리 업무를 관련 심의위원회가 대신 해주도록 한다. 개인이 법원을 찾는 대신 위원회가 대행하는 것이다”며 “집단수용시설 피해자에게도 국가의 의무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밖에 ▷정신병원에 수용된 피해자 전수조사 ▷보상 기준 다각화 ▷무연고 사망 피해자 보상금 관리 방안 등의 의견이 경청회에서 제시됐다.

한편 보건복지부 등은 집단수용시설 피해회복을 통합 지원하는 특별법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이를 전담하는 범정부 지원단도 복지부 산하에 꾸려졌다. 이처럼 정부와 여야의 기조가 일치하는 상황이라 연내에 각 법안 내용을 종합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는 집단수용시설 피해자를 기리는 별도의 추모 공간 마련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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