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젠슨 황은 아이돌… 세계 AI 심장 된 대만

이상현 2026. 5. 3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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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IT전시회 '컴퓨텍스'를 가다
공항부터 등장하는 엔비디아 광고
타이베이 전역이 거대한 AI 전시장
"대만선 황CEO 보고 테크드림 꾼다"
반도체 나눠먹기 급급한 韓과 대비
컴퓨텍스 2026이 열리는 대만 타이페이 세계무역센터에 내걸린 엔비디아 홍보물.


"아이들도 젠슨 황 모르면 바보죠."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 전시회 '컴퓨텍스 2026' 개막을 이틀 앞둔 31일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만난 한 30대 시민은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묻자 이 같이 말했다.

한국에서 BTS가 누구인지 물어보는 것처럼 왜 뻔한 질문을 하느냐는 식의 반응이었다. 짧은 한 마디속에 대만 태생 미국인 황 CEO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절대강자 엔비디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공항 입국장을 나서자 가장 먼저 엔비디아와 에이수스가 함께 등장하는 대형 광고가 반겼다. 이어 AI 서버와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강조한 이미지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대만 타이베이는 도시 곳곳이 거대한 AI 전시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국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지만,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우리도 매년 10월쯤 한국전자전이라는 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 도중 행사장인 코엑스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조차 전자전에 대해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공항에서 행사장까지 가는 동안 만난 시민들은 대만의 AI 경쟁력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공항 안내 직원은 "지난해에도 해외 언론과 인플루언서 방문이 많았고, 올해 역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행사장인 타이베이 101 인근 세계무역센터와 국제컨벤션센터 주변에는 엔비디아 관련 행사와 컴퓨텍스 홍보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건물 전면에는 엔비디아를 알리는 연두색 깃발이 줄지어 나부끼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시민은 "황 CEO는 대만의 국민 영웅이자 아이돌"이라며 "한국인이 BTS를 보고 꿈을 키우는 것처럼, 대만 아이들은 '젠슨 황 드림'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와 대만, 그리고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은 사실상 경제공동체"라고 덧붙였다.

AI와 반도체는 대만 경제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대만 통계 당국에 따르면 대만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13.69% 늘었다. 반도체가 절대적 역할을 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8.3% 늘어난 5725대만달러(약 26조7000억원)라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고, 대만의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51.1% 늘었다. 대만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르고, 수출에서 반도체와 서버·컴퓨터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최근 인도를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랐다.

자국 반도체와 AI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준 대만과 달리 한국에서는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 가르기에 급급하는 모양새다. 노조는 파업을 볼모로 '영업이익 N%' 성과급을 달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정치권에서는 AI 초과이익을 재분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은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최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도 경쟁국을 능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이베이(대만)/글·사진=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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