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는다는 건 잘 살아왔다는 것"…호스피스 현장 지키는 김근수 파트장

"호스피스는 죽음을 준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공간입니다."
건양대학교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김근수 파트장은 매일 삶의 마지막 문턱에 선 환자와 가족들을 만난다. 병을 고치는 의료진은 아니지만, 환자와 가족이 남은 시간을 보다 편안하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의료사회복지사다.
최근 건양대병원 개원 26주년 기념식에서 '올해의 직원상'을 받은 그는 2008년부터 병원 사회사업 업무와 호스피스완화의료 현장을 지켰다. 건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현장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말기 암이나 말기 질환 환자의 통증과 증상을 조절하고 심리·사회·영적 어려움까지 함께 돌보는 공간이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성직자 등이 팀을 이뤄 환자와 가족을 지원한다.
김 파트장은 일반 병동과 호스피스 병동의 가장 큰 차이로 '남은 시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꼽았다.
그는 "일반 병동은 치료와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면 호스피스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집중한다"며 "집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다는 분도 있고, 가족과 마지막 식사를 원하시는 분도 있다. 작은 소망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환자와 가족 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잘 들어주는 것'이다.
김 파트장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면서 "상담실보다 병실 의자 옆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가 더 깊은 위안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수많은 임종을 지켜봤지만 그에게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미혼 남동생의 마지막을 함께한 누나 보호자의 모습이다.
암 진단 이후에도 가족에게 병을 알리지 않았던 남동생은 병세가 깊어진 뒤에야 누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누나는 일을 멈춘 채 병원에 머물며 임종까지 곁을 지켰다. 특히 음악요법 시간에 어릴 적 함께 듣던 노래를 부르며 웃음을 나누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김 파트장은 "무거웠던 병실이 잠시나마 추억으로 채워졌고 환자도 그 순간만큼은 편안해 보였다"며 "호스피스는 마지막 순간 서로의 마음을 다시 연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고 회상했다.
오랜 시간 죽음을 마주하며 그가 얻은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삶의 마지막에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는 "환자들은 마지막 순간에 돈이나 성공보다 사람을 이야기한다"며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 미안했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 한다. 결국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살아왔다는 의미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스피스 병동은 죽음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삶의 소중함을 가장 깊이 깨닫는 공간"이라며 "오늘 곁에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환자들에게서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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