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와 시도] 관객이 찾는 한, 작은영화영화제는 계속된다

- 작년 김미라 대표 별세로 위기
- 집행위원 뜻모아 행사 존속 다짐
- B급 영화전 등 프로그램 폭 넓혀
- 지속가능한 운영방안 모색 과제
“관객이 단 한 명이라도 객석에 앉아 있는 한, 작은영화영화제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상영회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영화를 처음 관객 앞에 내놓는 소중한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짝수 달 첫 번째 수요일 저녁이면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가 유난히 북적인다. 지역 영화 팬 사이에서 작지만 알찬 행사로 입소문 난 ‘작은영화영화제’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단편영화 상영과 관객과의 만남(GV)이 열리는 소규모 상영회다. 5000원 안팎의 관람료로 다양한 단편영화를 본 뒤 창작자의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어 35석 규모의 객석이 매번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작은영화영화제가 오는 3일 기념비적인 100회를 맞는다. 100회 행사 주제는 영화제를 이어오며 쌓은 희로애락을 관객과 나누겠다는 의미에서 ‘시간과 위로’로 정했다. 단편영화 ‘여름내’(2018), ‘2025 영화의전당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워크숍’(2025), ‘거리의 가능한 불행들’(2019), ‘침대’(2024) 등 4편을 상영한다.
지난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작은영화영화제 이신희(30)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3월 집행위원장을 맡은 뒤 영화제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는데, 무사히 100회까지 올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영화제는 이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8명의 집행위원이 이끌고 있다.
영화제의 시작점에는 고 김미라 작은영화공작소 대표가 있었다. 30여 년간 동의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한 김 대표는 퇴임 후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았다. 작은영화영화제 역시 상영 기회를 얻기 어려운 독립영화인에게 관객과 만날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김 대표가 2017년 처음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제는 지난해 2월 김 대표가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나며 존폐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운영 비용 대부분을 김 대표가 사비로 부담했었던 데다, 집행위원들이 사무실처럼 이용하던 김 대표의 문화공간 ‘공간나라’마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작은영화영화제 초청 감독으로 무대에 섰던 순간이 계속 떠올랐어요. 많지 않은 관객 앞이었지만, 제 작품을 선보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거든요. 어떻게든 이 자리는 지켜야 한다고 동료들을 설득했습니다.”
고심 끝에 집행위원들은 영화제를 멈추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비록 매달 열던 행사를 짝수 달에만 여는 방식으로 개최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만큼 프로그램의 내실은 더욱 단단하게 다듬기로 했다.
기념비적 100회를 맞이한 작은영화영화제는 더 많은 관객을 끌어안을 준비를 시작했다. 상영 장르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반영해 ‘B급 영화 기획전’ ‘다큐멘터리 기획전’ 등으로 프로그램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100회 행사에서 작은영화영화제의 새 로고를 공개하고,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기념 굿즈도 선보인다.
다음 목표는 지속가능한 운영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영화제는 현재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푯값만 받고 있다. 덕분에 수익을 내기 어려워 상영비와 게스트 초청비 등 운영 비용은 이 집행위원장이 사비로 부담하고 있다. 20대였던 집행위원들이 30대에 접어들며 취업 등 저마다 사정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집행위원장은 관객이 영화제를 찾는 한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금까지는 영화제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을 찾아보려 합니다. 운영을 도와줄 객원 프로그래머 제도를 도입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 지원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관객과 창작자가 함께 만드는 영화제로 성장해 다시 매달 관객과 만나는 것, 그것이 100회를 앞두고 세운 새로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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