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코스닥의 시간 오려면
코스닥 침체는 길어져
투자자 신뢰회복이 관건
6·3 지선 이후 본격화될
시장 활성화 정책에 기대

코스닥시장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한 후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코스닥은 1100선에서 등락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호재가 없던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국민 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출시와 동시에 조기 완판됐고, 30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이 유망 벤처기업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양 시장의 수익률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며 'K자형 차별화 장세'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올 들어 코스피가 두 배 넘게 급등한 사이 코스닥 상승률은 10%대에 그쳤다. 증시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 대형주가 코스피에 포진한 반면 코스닥의 주력인 바이오와 2차전지 업종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결과다.
이 격차는 단순한 수익률 문제가 아니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이 장기화하면 혁신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서 갖는 순기능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코스닥이 반등하려면 6·3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될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의 차질 없는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 대책 중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 카드는 오는 10월 도입될 예정인 '코스닥 승강제'다.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 등 3개 리그로 명확히 세분화해 자격 미달이거나 시장을 흐리는 한계 기업을 과감히 퇴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상장 기업 시가총액 요건 강화와 1000원 미만 동전주 퇴출 가속화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혁신 기업은 키우고 부실 기업은 신속히 걷어내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 전환해 투자자의 신뢰를 얻겠다는 취지다.
분명한 건 부실 기업에 대한 과감한 퇴출 없이는 코스닥이 '좀비 기업들의 온상'이란 오명을 떨쳐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만성적인 실적 부진 속에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이면서도 상장사 지위만 유지한 채 연명하는 이들은 코스닥시장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 주범이다. 대대적인 물갈이와 체질 개선 없이는 건전한 투자자금 유입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공시 위반 기업 퇴출 기준 강화도 고무적이다. 중대·고의적 공시 위반은 벌점과 무관하게 단 한 차례만으로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단순히 법인에 벌점을 부과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기성이 짙은 중대한 위반의 경우 공시를 최종 결정한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공시만 믿고 투자한 선의의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엔론 사태 이후 사베인스-옥슬리(SOX)법을 도입해 고의적인 허위 재무 보고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에 대해 중형과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개인 책임을 대폭 강화한 것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결국 코스닥시장 활성화는 시장 참여자들의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름은 피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썩어 들어가는 부위는 과감히 도려내야 새살이 돋아나고 건강해지는 법이다. 시장에 가치 없는 썩은 상품만 가득하다면 결과는 뻔하다. 정책자금 수십조 원이 시장에 흘러 들어와도 소용없게 된다. 혁신 기업의 마중물이 아니라, 투기·작전 세력의 유동성 파티 기회만 제공할 뿐이다.
코스피가 1만을 향하는 지금, 코스닥만 뒤처진다면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는 반쪽짜리에 그친다. 문제 되는 곳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정비할 때 비로소 진정한 '코스닥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강두순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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