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극우 정당에 흔들리는 메르츠···독일서 ‘총리 교체론’ 나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취임 1년여 만에 총리 교체론에 직면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자 집권 기독민주연합(CDU) 내부 불안이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최근 독일에서 메르츠 총리 대신 헨드리크 뷔스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총리를 새 총리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50세인 뷔스트 주총리는 최근 CDU 소속 정치인 가운데 가장 높은 호감도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녹색당과의 연립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주 뷔스트 주총리가 베를린 주재 기자단을 대동하고 폴란드를 방문하면서 총리 교체설은 더욱 확산했다. 중도좌파 주간지 슈테른은 지난 25일 “뷔스트가 갑자기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우파 성향 타블로이드 빌트는 27일 1면에서 “총리 교체가 임박했는가”라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CDU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총리 측근들은 관련 논의에 대해 “터무니없고 위험하다”고 일축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빌트 등을 보유한 독일 미디어 그룹 악셀슈프링어가 메르츠 총리를 끌어내리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체설의 배경에는 AfD의 상승세가 있다. 현재 CDU 지지율은 약 23% 수준까지 떨어진 반면 AfD는 28% 안팎으로 전국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동부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는 AfD가 처음으로 주총리를 배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과 연정 파트너들과의 갈등 문제가 CDU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CDU는 기독사회당, 사회민주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데 사민당과의 복지 개혁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다.
메르츠 총리의 측근인 롤란드 코흐 전 헤센주 총리는 “이 같은 논의가 나오는 것은 연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일부 성과를 냈지만 경제 상황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의 개인 지지율도 부진하다. 최근 그의 국정 수행에 만족한다고 답한 독일인은 20%에도 못 미쳤다. 이번 달 빌트가 발표한 정치인 선호도 조사에서는 주요 정치인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다만 실제 총리 교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독일 헌법상 의회가 후임자를 선출하는 ‘건설적 불신임 투표’를 통해 총리를 교체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메르츠 총리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메르츠 총리를 향한 당내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일 헤르티에스쿨의 정치학자 안드레아 뢰멜레는 “AfD가 전후 독일 역사상 주 선거에서 승리하는 첫 극우 정당이 될 경우 메르츠에 대한 압박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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